SK, HBM3E 대량 양산 발표
삼성, 12단 HBM3E 첫 공개
인공지능(AI) 반도체 거물 엔비디아가 차세대 고성능 칩을 선보이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도 낙수효과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특히 이번 신제품은 고대역폭메모리(HBM) 탑재량이 전작 대비 더 많아졌다. HBM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물론, 최근 추격에 고삐를 죄고 있는 삼성전자에도 장밋빛 전망이 점쳐진다.
엔비디아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GTC 2024에서 차세대 AI 그래픽처리장치(GPU) B200을 공개하고, 올해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B200은 새로운 플랫폼인 블랙웰을 기반으로 전작인 H100 대비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 H100 대비 추론성능은 30배 이상 높였지만, 비용과 에너지 소비는 25분의 1까지 낮췄다.
성능이 대폭 향상된 만큼 탑재되는 메모리 반도체 역시 많아졌다.
B200에는 5세대 HBM인 HBM3E가 8개 탑재된다. 전작인 H100과 H200에는 HBM이 각각 4개, 6개가 탑재됐는데 이보다 더 많은 것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반도체로, GPU 등 AI향 반도체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엔비디아가 차세대 반도체 출시를 알리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도 본격적인 수혜가 기대된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은 각각 38%, 53%로 나타났다. 사실상 국내 기업이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세계 최초로 HBM3E 양산에 성공해 이달 말부터 엔비디아 등 고객사에 대량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HBM3E 개발을 알린 지 7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앞서 H100 칩에도 HBM을 독점 공급한 바 있는 만큼 양사 간 협력 관계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HBM3에 이어 현존 최고 성능을 갖춘 HBM3E 역시 가장 먼저 고객에 공급하게 됐다”며 “양산도 성공적으로 진행해 AI 메모리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엔비디아 모시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GTC 2024에 부스를 꾸리고 12단 HBM3E 실물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업계 최초로 12단 HBM3E를 개발하고, 엔비디아에 샘플을 공급했다. 상반기 중 양산할 계획이다.
HBM 시장은 올해 본격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전 세계 D램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8.4%에서 올해 말 20.1%로 급상승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해 4만5000장 수준이던 HBM 생산 능력을 올해는 13만 장으로 약 2.8배 늘릴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올해 HBM 생산 능력을 지난해 4만5000장 대비 2.7배 많은 12만~12만5000장으로 끌어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