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기조는 유지될 전망 “전기차 전환, 의심의 여지 없어”
지난해 국내 배터리 업계의 공장 가동률이 대체로 하락했다. 전방 산업인 전기차 수요가 둔화함에 따라 생산량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배터리 업계는 본격적인 ‘캐즘(Chasm·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 구간에서도 투자 속도를 늦추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24일 각 사의 사업보고서를 종합하면,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평균 가동률은 69.3%를 기록했다. 작년 3분기까지만 해도 2021년(71.7%), 2022년(73.6%)과 비슷한 수준인 72.9%를 유지했다. 4분기 유럽 내 수요 감소로 폴란드 공장 생산량 조절에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SK온의 평균 가동률은 87.7%로 집계됐다. 전년(86.8%)과 비교하면 소폭 상승했지만, 지난해 상반기와 3분기 가동률이 각각 97.6%, 94.9%로 높은 수준을 지속하던 점을 고려하면 4분기 들어 공장 가동률이 급격히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SDI는 전기차용 중대형전지 생산 가동률을 공개하지 않는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면서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들이 물량을 줄이자 공장 가동률이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판매 성장률은 33.5%로, 2021년(109.0%)과 2022년(56.9%)에 비하면 성장세가 더뎌졌다.
배터리 소재 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LG화학에서 양극재, 분리막 등 배터리 소재 생산을 담당하는 첨단소재 사업부문 평균 가동률은 2022년 58.7%에서 지난해 53.9%로 낮아졌다.
SKC의 동박 사업회사 SK넥실리스의 지난해 전지박(동박) 공장 평균 가동률은 54.7%로, 전년(88.1%)보다 33.4%p나 하락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도 같은 기간 89.54%에서 82.3%로 가동률이 떨어졌다.
다만 배터리 업계는 올해도 ‘뚝심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전기차 전환 속도가 느려지긴 했지만 방향성은 뚜렷하다는 것이다. 완성차 업체와 계약한 대규모 수주 물량을 채우기 위한 신·증설도 필요하다.
올해 시설투자(CAPEX·캐팩스)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삼성SDI다. 2021년과 2022년 투자 규모는 2조 원대였으나 지난해 4조3447억 원으로 급증했다. 삼성SDI는 미국에서 스텔란티스·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SDI의 캐팩스 규모가 올해와 내년 각각 6조 원, 7조 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SK온의 지난해 설비투자 금액은 6조7869억 원으로, 올해는 7조5000억 원의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SK온은 지난해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북미에 확정된 포드·현대차 합작법인(JV)에 대한 투자가 집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해 약 10조9000억 원의 설비투자를 집행했다. 2022년(6조3000억 원)보다 4조 원 이상 늘었다. 올해도 작년과 유사한 수준에서 캐팩스를 집행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북미에서 GM·혼다·스텔란티스·현대차 합작 공장과 미시건 공장 증설, 애리조나 원통형·ESS 공장 건설 등을 진행 중이다.
LG화학은 배터리 소재·친환경 소재·신약 등 3대 신성장 사업 투자를 확대한다. 지난해 3조4000억 원의 투자를 집행한 LG화학은 향후 2~3년간 매년 4조 원 규모를 투입할 예정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말레이시아 동박 공장 증설을 통해 2028년까지 생산능력을 연산 9만 톤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스페인에 연산 3만 톤 규모 하이엔드 동박 생산 공장 건설을 확정했으며,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을 위한 북미 투자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