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한국언론학회장(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은 20일 본지 사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언론의 자유는 당위적 가치이고, 진리와 사실 추구는 인식론적 철학 개념에서 시작된 사회과학의 본질적 원리다. 지금이 ‘탈진실’의 시대라면 진실의 회복은 미디어의 기본 명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탈진실(post-truth)이란 객관적인 사실보다 감정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현상을 말한다. 한국에서는 주로 부정적 단어로 사용되는데, 특히 정치의 영역에서 자신의 진영 논리에 맞는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때 사용된다.
"거짓이 판치는 시대에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 곧 혁명"이라고 했던 조지 오웰의 말처럼 탈진실 시대의 도래는 오히려 그만큼 진실을 추구하고 싶다는 욕망이 깔려 있다.
박 회장은 "칸트는 그의 '실천이성비판'에서 모든 행위에 있어 선의지(good will)를 강조한다. 인류에게 진실 추구는 이러한 의무론적 윤리에 기대지 않더라도 하나의 인격체로서 가져야 할 기본"이라며 "진실 추구에 '슬기로운'이라는 과정과 결과 중심의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라고 설명한다.
총선을 앞두고 다양한 이슈가 쏟아지면서 가짜뉴스를 분별하는 자세는 현대인의 기본 가치관이다. 이때 유권자가 취해야 할 자세는 무엇일까. 박 회장은 "먼저 가짜뉴스라는 개념부터 조심스럽게 사용되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개념이 언제부터인지 약간의 정치 성향을 가지게 되면서 더 염려스럽다. 언론에 있어 허보(虛報)와 오보(誤報)는 어느 시기나 존재했다. 가짜뉴스는 오보보다는 허보에 가까운 개념이다. 이미 허보와 오보라는 보다 구체적인 개념들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책커뮤니케이션 수업을 10년 동안 강의해왔다. 유권자가 취해야 할 자세는 모든 사안을 정책 중심적으로 판단하여 투표하는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1인 미디어의 도래다. 유튜브 등이 활성화하고 모든 사람이 뉴스를 공급하는 시대다.
박 회장은 "모든 미디어 이용 동기와 충족을 인류가 지금처럼 누리는 시기는 없었다. 유튜브와 OTT의 등장이 이에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레이엄 머독이나 피터 골딩 등 미디어학자들이 제기한 문화제국주의, 미디어 정치경제학 개념들이 부활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바로 그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미디어의 독점현상이 더 심해졌다. 불과 7년 전 '현대 사회와 미디어' 과목에서 월트 디즈니(Walt Disney), 바이어컴(Viacom), 뉴스 코퍼레이션(News Corporation) 등 국제미디어 복합기업들의 미디어 소유 독점을 우려하였는데 이는 오래전 일이 되어버렸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50대 언론학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곧 열릴 정기학술대회 준비에 한창이다. 박 회장은 "봄철과 가을철 정기학술대회를 '미래를 준비하는 100년 언론학, 성찰과 전망의 경주제전(慶州祭典), 통섭과 융합의 공주향연(公州饗宴)'의 쌍둥이 학술대회로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또 그는 “8000명의 전 세계 미디어학자들이 호주 골드코스트에 모여 6월 20일부터 5일간 진행하는 국제언론학회(International Communication Association) 콘퍼런스에서 첫날 ‘한류의 과거, 현재, 미래 :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연구 의제’라는 주제로 하는 한류 콘퍼런스를 한국콘텐츠진흥원 후원으로 준비 중인데 전 세계 한류 관련 미디어학자들이 발표를 지원해 높은 경쟁률로 발제 논문이 마감됐다”며 관심을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