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 2월 국내 스타트업 누적 투자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0% 넘게 증가했다. 일각에선 얼어붙었던 벤처투자 분위기가 일단 바닥을 벗어난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오지만 업종별 투자 쏠림과 보수적인 투자 움직임에 훈풍으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2월 스타트업 투자액은 4417억5000만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2972억5000만 원) 대비 48.6% 증가한 규모다. 투자 건수는 92건에서 93건으로 비슷했다. 금액별로 보면 300억 원 이상 투자 건수가 4건, 100억 원 이상 투자 건수는 8건이었다. 10억 원 이상 투자 건수는 30건을 기록했다.
앞서 지난 1월에는 스타트업 투자 건수가 108건, 투자액은 4497억 원을 기록했다. 작년 1월(83건, 2579억 원)과 비교하면 투자 건수는 30.1%. 투자액은 74.4% 급증했다. 1, 2월 누적액으로 보면 지난해에는 5552억 원, 올해는 8915억 원으로 60% 넘게 증가했다. 벤처투자가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중소벤처기업부의 연도별 벤처투자 규모를 살펴보면, 지난해 벤처투자액은 10조9133억 원을 기록했다. 뭉칫돈이 몰렸던 2021년(15조9371억 원), 2022년(12조4706억 원) 대비 대폭 감소한 수치다. 벤처투자는 고금리와 경제 불황 등으로 2022년 하반기부터 급격히 얼어붙었다.
다만 지난해 분기별 투자액 추이를 보면, △1분기 1조7822억 원 △2분기 2조7091억 원 △3분기 2조1961억 원 △4분기 3조2259억 원 등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작년 하반기의 경우 투자액이 6조 원을 훌쩍 넘으면서 전년 하반기(4조8000억 원) 대비 33% 증가했다. 송용준 스마트스터디벤스 센터장은 "지난해엔 시장이 워낙 안 좋아 펀드 결성에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최근에는 금리 인하 가능성에 작년보다는 투자를 하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엿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벤처투자가 일부 분야에 쏠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기부의 지난해 벤처투자 현황 자료를 보면, 그간 벤처투자 성장세를 이끌었던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업종의 투자 규모는 2조2239억 원(20%)으로 전체 신규투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전년(3조4996억 원)과 비교하면 유치 규모는 36% 넘게 줄었다. 반면 ICT제조는 1조3933억 원(12.8%), 전기·기계·장비 1조5090억 원(13.8%)으로 전년 대비 각각 62.7%, 39.7% 증가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투자 지표에서도 산업용 특화 솔루션 분야가 투자를 견인했다. 지난달 가장 많은 투자를 유치한 분야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딥엑스(900억 원)였다. 지난달 산업용 특화 솔루션 분야에 대한 투자 규모는 1208억5000만 원(16건)을 기록했다. 앞서 1월 이에도 분야 투자(15건)가 836억 원으로 투자 증가세를 이끌었다.
헬스케어 분야도 강세다. 시니어 케어 서비스를 개발하는 케어링이 400억 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정밀의료기술 스타트업 베트티스(200억 원), 슬립테크 업체 허니냅스(150억 원), 의료기기 스타트업 엔벤트릭(140억 원) 등도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테크 업종은 시장의 관심이 워낙 커 투자가 늘고 있지만 VC들의 보수적인 움직임에 많은 스타트업들이 생존을 위해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며 "전반적인 수치 개선은 지난해 투자 혹한기로 인한 기저효과로 투자 훈풍으로 보려면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