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은행점포 5년새 965곳 줄어
수도권외 지방 점포 감소율 ‘심각’
도서‧산간 금융소외계층 속수무책
시니어 디지털 금융 역량 강화해야
27일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지점과 출장소 등 점포(특수은행 포함) 수는 5733개로 약 5년 전인 2019년 12월 말(6698개)보다 965개 줄어들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점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3926개로 2019년 말(4660개) 대비 734개가 줄었다. 같은 기간 지역별로는 △서울특별시는 1615개에서 1306개로 309개 줄었고 △경기도(996개→849개) 147개 △경상도(374개→312개) 62개 △부산광역시(264개→215개) 49개 △인천광역시 (231개→201개) 30개 △대구광역시 (157개→128개)29개 △충청도 (281개→254개) 27개 △대전광역시 (147개→123개) 24개 △전라도 (220개→197개) 23개 △광주광역시 (90개→76개)14개 △울산광역시 (81개→70개) 11개 △제주도 (43개→38개) 5개 △강원도 (121개→118개) 3개 △세종시 (40개→39개) 1개 줄었다.
수도권과 지방의 점포 수가 2배가량 차이나는 만큼 서울과 경기도의 점포 감소 수가 지방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감소율은 지방이 더 컸다. 지난해 말 기준 경상도의 점포 수는 312개로 전년(321개)보다 9개 줄면서 2.8% 감소했고, 전라도는 197개로 전년(202개)보다 5개 줄면서 2.5% 감소했다. 서울특별시는 1306개로 전년(1334개)보다 28개 줄었지만 2.0% 감소했고, 경기도는 849개 전년(856개)보다 7개 감소해 0.81% 줄었다.
일부 지방 및 도서산간 지역은 줄일 수 있는 점포 자체가 많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점 수를 줄일 때 고객 수와 영업환경 등을 본다”면서 “한 거리에 중복되는 곳을 통폐합하기도 하는데 지방의 경우, 도심지나 주요 거점들에만 점포가 있기 때문에 줄일 만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은행의 급격한 점포 축소는 금융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도서·산간및 지방에 거주하는 금융소비자에게는 더욱 취약하게 다가올 수 있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통계적 지역분류체계로 본 도시화 현황’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 도시들의 노령화 지수는 강원권(138.3)과 경상권(133.7)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강원도는 5대 은행의 점포 수가 5번째로 적은 곳이다. 경상권은 지난 5년간 점포 감소 수가 서울, 경기 다음으로 높다.
금융당국은 이를 막기 위해 지난해 4월 ‘은행 점포 폐쇄 내실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금융위는 점포 폐쇄로 인한 금융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영업점포 폐쇄를 결정하기에 앞서 ‘대체 점포’를 마련토록 했고, 기존 연 1회 실시 중인 점포 폐쇄 관련 경영공시가 연 4회로 확대됐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디지털 금융이 확대되면서 점포 축소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디지털 금융 시장이 확대되면서 각 사마다 디지털 전환에 힘쓰고 있다”면서 “시니어 고객 등 디지털 금융에 어려움이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 특화 점포를 늘리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시니어 점포 등 고령자를 대상으로 늘리고 있지만, 이마저 수도권 중심이다. KB국민은행은 영업점 형태의 시니어 점포는 따로 없고, 밴 차량을 개조해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만든 ‘시니어 라운지’를 서울과 인천 각각 1대씩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매월 25일 서울 및 수도권 소재 복지관을 방문하는 ‘찾아가는 시니어 이동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시니어 특화 점포을 운영하고 있지만, 모두 서울에 있다. 동소문로 시니어플러스 영업점, 영등포시니어플러스 영업점, 화곡동 시니어플러스 영업점 세 곳이다. 하나은행만 경기도, 대전광역시, 광주광역시에 시니어 점포를 운영했다.
오영환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연간 약 300개 정도의 은행점포가 폐쇄되고 있는데, 그 중 낙후되거나 고령화된 지역이 많아 지역 시니어들의 금융 접근성이 취약해지고 있다”면서 “금융교육을 통해 시니어들의 디지털 금융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흥미와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참여형·체험형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포용적 금융 차원에서 적정 수의 점포가 유지될 수 있도록 은행권 협의를 통한 공동 대응을 해야 한다”며 “디지털 취약계층 밀집 지역과 금융서비스 과소 제공 지역에서 점포를 폐쇄할 경우 프로 스포츠팀에서 신인 선수를 선발하는 방식인 ‘드래프트 제도’를 차용해 각 은행이 점포를 폐쇄할 지역을 순차적으로 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