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車의 아이콘 된 '무광 컬러'
현대차 N버전 상징 ‘퍼포먼스 블루’
제네시스 고성능은 '마그마 오렌지'
차(車) 브랜드마다 독창적인 디자인을 지닌다. 독일 BMW는 특유의 키드니 그릴, 아우디는 보닛과 범퍼를 아우르는 ‘싱글 프레임 그릴’을 상징처럼 여긴다.
포르쉐는 동그란 헤드램프를 지켜왔다. 이를 앞세워 그들의 강력한 ‘레거시(Legacy)’ 즉 전통적 가치를 지키고 있다.
뒤늦게 출범한 현대차그룹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역시 마찬가지. 브랜드 엠블럼에서 뽑아온 대형 그릴을 중심으로, 좌우로 길게 뻗은 ‘2줄 라인’이 브랜드 아이콘이다.
2006년 캐세이퍼시픽항공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화물기의 동체 페인트를 벗겨냈다.
보잉 747-400의 도색을 모두 벗겨낸 누드 항공기 1호는 은색 철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회사 로고와 식별번호만 남긴 채 페인트를 벗겨내자 항공기 무게는 무려 200㎏이나 줄었다. 동체 무게를 덜어내기 위한 처연함이 서려 있었다.
자동차 산업에서 무광 컬러는 1930년대 레이스에서 등장했다. 0.1초로 순위가 뒤바꾸는 레이싱에서 가벼운 차는 포디움(시상대) 1~3위를 휩쓸었다. 당시 기술로 차 무게 10kg을 줄이면 최고출력 3~4마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결국, 차 무게를 덜어내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고 그 가운데 하나가 페인트를 벗겨내는, 아니 애초부터 도색을 생략한 경주차들이 하나둘 등장했다.
메르세데스-벤츠 경주용 모델도 그랬다. 각종 대회를 석권했던 메르세데스-벤츠의 은색 레이싱카는 ‘날아가는 실버 애로우(화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요즘 우리 주변에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무광컬러’ 역시 이를 모티프로 삼았다. 물론 도색은 돼 있다. ‘매트(Matt) 피니시’라는 후처리 공정을 거쳐 반짝이는 광택을 걷어낸 것. 무광 컬러 자체가 고성능을 상징하는 셈이다.
메르세데스-AMG 라인업은 꾸준히 은색을 브랜드 컬러로 내세운다. BMW와 아우디의 고성능 버전은 빨강과 노랑ㆍ(진한)파랑 등으로 고성능을 대변한다.
메탈릭은 차갑고 강렬하며 반짝인다. 반대로 파스텔 색감은 따듯하다는 게 특징이다. 2010년대 들어 브랜드별로 파스텔(pastel) 감각이 물씬한 독특한 색이 인기다. 무채색을 중심으로 은은한 색감을 지닌 차들이다. 브랜드마다, 또 차종마다 부르는 이름도 제각각이다. 그래도 귀결점은 하나, 바로 은은함이다.
독일차의 크레용 그레이, 즉 연한 은회색이 대표적이다. 일부 브랜드는 비슷한 색감을 가져와 △시멘틱 그레이 △페블스톤 그레이 △애쉬 그레이 △크로노스 그레이 등으로 불린다.
최근에는 애프터마켓에서 차의 번쩍이는 장식을 모두 걷어내는 것도 인기다. 크롬 장식을 가리거나 떼는 일이다.
현대차그룹 역시 고성능 버전을 중심으로 독창적인 컬러를 부여한다. 현대차의 고성능 모델 N의 경우 연하늘색이 주력이다. 이름도 퍼포먼스 블루다.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고성능은 마그마 오렌지로 불리는 주황색이다. 이미 지난해 4월 대형 SUV GV80을 베이스로 공개한 GV80 쿠페 때 이를 공개해 관심을 모았다.
제네시스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소재 브랜드 복합문화공간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에서 GV60 마그마 콘셉트를 선보였다. 지향점인 ‘고성능 럭셔리’를 대변하듯 마그마 오렌지 컬러를 앞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