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렌드 주도…전략적 메시지 전달
친환경차 외연 ‘EV→하이브리드’ 확대
日 닛케이 “전기차, 과도기 길어질 것”
현대자동차그룹이 27일(현지시간) 개막한 ‘2024 뉴욕국제오토쇼’에 참가했다.
올해 행사는 ‘국제(International)’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규모가 쪼그라들었다. 현대차를 제외하면 일본 △도요타 △어큐라(혼다) △인피니티(닛산) 등이 전부다. 독일차는커녕 미국 브랜드 GM과 스탤란티스는 아예 불참했다. 포드가 머스탱 60주년 기념 모델을 선보인 정도다.
한껏 위축된 행사에서 현대차그룹은 신차(2025 투싼)를 비롯해 제네시스의 브랜드 방향성과 콘셉트카 등을 선보였다. 미국 차(車)조차 버린, 미국 모터쇼에 현대차가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왜 일까.
21세기 들어 ‘글로벌 5대 모터쇼’는 침체기를 맞았다.
5개 행사 대부분 차 선진국에서 열린다. 먼저 △미국 북미(디트로이트)오토쇼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프랑스 파리오토살롱 △일본 도쿄모터쇼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차(車) 산업과 거리가 먼 △스위스 제네바모터쇼가 이름을 올렸다. 중립국 제네바에는 텃세 또는 기득권이 없어 행사 규모를 키울 수 있었다.
5대 모터쇼의 위상은 중국 자동차산업의 약진, IT 기술의 발달 등으로 무너졌다. 규모와 흥행에서 도쿄모터쇼가 먼저 탈락했다. 차 업계가 일본 대신 중국(오토차이나)으로 관심을 돌린 탓이다.
이 무렵, 모터쇼가 주는 혜택도 흐려졌다. 스마트 기기의 발달 덕에 모터쇼에 가지 않아도 빠르게 더 방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이런 형국에 현대차는 글로벌 5대 모터쇼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던 뉴욕오토쇼의 단골로 자리매김했다. 디트로이트오토쇼에는 불참해도 뉴욕에는 반드시 부스를 차린 셈이다.
뉴욕오토쇼는 현대차의 브랜드 전략과 맞닿아 있다.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뉴욕은 미국 현지에서 소비재의 고급화ㆍ상향 평준화가 뚜렷하다. 동시에 과감한 트렌드 변화와 도전ㆍ새로운 전략 등을 쉽게 받아들인다.
현대차그룹은 2010년대 들어 각 브랜드를 특성을 확대했다. 현대차는 니어(Near) 럭셔리, 기아는 스포티를 추구했다. 여기에 제네시스 브랜드를 출범하면서 평범한 대중차 영역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결국 ‘값싼 한국차’라는 이미지를 덜어내기 시작한 것도 뉴욕부터다. 이런 배경 때문에 일본 도요타를 시작으로 혼다와 닛산이 각각 고급차 브랜드 어큐라와 인피니티를 앞세워 뉴욕오토쇼에 참가한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미국 빅3는 일찌감치 뉴욕을 등졌다. 유행에 민감한 뉴욕 한복판에 풀사이즈 픽업트럭을 공개해봐야 관심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가 굳어지면서 미국 자동차 산업의 변화는 뉴욕에서 시작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브랜드의 방향성을 확립하고 이를 널리 알리고 전략에 착수하는 데 적절한 장소인 셈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024 뉴욕국제오토쇼와 관련해 “작년 행사는 전기차 일색이었고 내연기관차는 관심 밖이었다”라면서 “그러나 올해 행사는 전기차 일색이었던 기존 행사의 변화를 예고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미국의 EV 시장의 위축기를 언급하며 “최대 7500달러 수준의 판매보조금 대부분이 미국 브랜드에 국한돼 있다 보니 미국 전기차 시장 자체가 위축된 것”으로 분석했다.
이어 “전기차 시대까지의 방향성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뉴욕모터쇼를 계기로 전기차 시대까지 과도기가 길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행사에서 2025 투싼을 공개하면서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함께 선보였다.
여기에 호세 무뇨스 현대차그룹 글로벌운영책임자(CO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에서 하이브리드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공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