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장기화로 피로 누적…정부 대화 전제조건은 ‘박 차관 배제’
의대 교수들이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근무를 최소화한다. 정부를 향해서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을 배제하라’며 대화 조건을 추가했다. 외래진료는 물론, 입원 및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의 불편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4월 1일부터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소속 교수들이 응급·중증환자 진료 이외의 근무를 최소화한다. 전공의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교수들의 피로가 누적돼, 의료사고 발생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비대위에는 전국 40개 의대 중 20개 학교가 참여하고 있다.
비대위는 29일 4차 총회에서 4월 첫째 주부터 24시간 연속근무 후 익일 주간 근무를 쉬는 원칙을 지키도록 강력히 권고하기로 의결했다. 22일 3차 총회에서는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하고 근무 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줄였는데, 4월부터는 진료를 더욱 축소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비대위는 박 차관을 제외해야 대화가 가능하다며 의·정 대화의 조건을 추가했다. 박 차관의 언행이 의사들의 감정을 불편하게 했다는 지적이다. 의사 단체들은 그간 의대 2000명 증원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할 것을 의·정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강조해 왔다.
방재승 비대위원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박 차관의 언행이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며 “박 차관을 언론 대응에서 제외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박 차관이) 이 사태를 악화시킨 분이라고 판단한다”라며 “의사를 무시하는 거친 언사가 (의사의) 감정을 건드렸는데, 그런 대상자와 어떻게 대화를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의사 단체들이 대화 창구를 단일화하지 못해 정부와 대화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정부의 주장일 뿐”이라며 일축했다. 현재 의대 정원 및 필수의료 정책과 관련해 비대위를 비롯해 대한의사협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이 각각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방 위원장은 “전의교협과 비대위는 잘 소통하고 있다”며 “대한의사협회 쪽에서는 회장이 이번에 선출됐으니 대화를 해봐야겠지만, 의협과 교수단체가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의대 증원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해서도 법에 따라 처분한다는 강경한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박 차관은 29일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 이후 브리핑에서 “다수의 국민이 원하는 의료개혁을 특정 직역과 흥정하듯 뒤집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5000만 국민을 뒤로하고 특정 직역에 굴복하는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라며 “특정 직역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정부 정책을 무력화시켜 온 악습을 끊고,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겠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역시 27일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대학별 배정에 따라 2000명은 이미 완료된 상황”이라며 철회는 물론, 인원 조정도 불가능하다고 쐐기를 박았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증원된 인력이 지역 필수의료에 종사할 수 있게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공정한 보상 체계 확립 등 의료개혁 4대 과제를 신속하고 과감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향후 계획을 수정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