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ㆍ자기반성 등으로 고객ㆍ직원 신뢰 확보한 덕
목표는 ‘현장 중심’ 내부통제 강화 위한 시스템 구축
“은행권 ‘1등 소비자보호그룹’ 위해 최선 다할 것”
“소비자 보호의 답은 ‘현장’에 있습니다. 현장을 누비는 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이자 부행장으로서의 목표는 은행권에서 ‘소비자 보호’로 우리은행이 1등을 하는 것입니다.”
정현옥 우리은행 금융소비자보호그룹장(부행장)이 최근 우리은행 본점에서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현장 △열정 △1등을 핵심 열쇳말로 꼽았다.
정 부행장은 1992년 입행한 이후 31년 만인 지난해 말 부행장 자리에 올랐다. 정 부행장은 “고객 신뢰를 얻어야 은행도 성장할 수 있기에 올해 그룹장으로서 금융소비자 권익보호 문화 확산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현장 중심 내부통제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부행장이 금융소비자보호그룹장으로서 세운 올해 목표는 ‘현장 친화적인 시스템 고도화를 통한 금융소비자 명가로의 도약’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추진계획 중 정 부행장이 특히 중점을 둔 부분은, 직접 영업 현장을 다니면서 금융소비자 보호 전반에 대해 소속장을 교육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현장 교육’이다.
올 1월 18일부터 6월 27일까지 총 38개 영업본부를 정 부행장이 전부 방문해 본부별 민원 사례를 파악하고, 상품 판매에 있어서 금소법에 따른 절차를 준수하고 있는지 등을 살필 방침이다. 정 부행장은 “앞으로 고위험 투자상품을 판매할 때 ‘완전판매’를 통해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1등 소비자보호그룹’ 목표를 이룰 계획이다. 다른 은행이 보고 배울 만한 우리은행만의 소비자 보호 제도를 선제적으로 만들고 싶다는 것. 이미 달성한 사례도 있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달 말 금융권 최초로 보이스피싱 보상보험 무료 가입 서비스를 내놨다. 보이스피싱 예방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거나 우리은행 모바일 뱅킹에서 전자금융사기 예방서비스를 이용하면 1인당 최대 300만 원까지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보이스피싱 피해보상보험에 무료로 가입된다.
민원관리시스템 고도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본부부서와 일부 영업점을 대상으로 시스템을 1차 오픈한 데 이어 올해 2월 말 전 영업점을 대상으로 정식 오픈했다. 시스템은 주요 민원 키워드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비슷한 내용의 민원이 계속되는 것을 방지한다. 또, 금융감독원으로 우리은행의 민원이 접수되면 우리은행 민원관리시스템으로도 자동 접수돼 신속하게 민원을 처리할 수 있게 했다.
정 부행장은 “영업현장에서 금소법을 철저히 지키면서 고객 보호에 소홀함이 없도록 내부통제를 완벽히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과제”라며 “우리 고객이 불편함이 없어야 민원이 생기지 않기에 ‘민원 제로’ 은행을 만들기 위해 실시간 민원 대응 체계를 고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행장은 항상 영업 현장과 가까이에 있었다. 1992년 입행한 그는 입행 초기부터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기회를 얻었다. 남성 행원의 업무 영역이라고 여겨지던 여신, 외환, 대부 업무도 경험했다. 그의 업무 능력을 본 후, 기회를 열어 준 상사의 덕이라고 정 부행장은 당시를 회상했다.
정 부행장은 “당시에는 ‘남성은 외환·대부, 여성은 예금’이라는 식으로 성별에 따른 업무 구분이 자연스러웠지만, 저를 지켜본 지점장이 ‘너는 잘할 수 있다’라는 확신과 함께 많은 기회를 줬다”며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가 한 노력은 ‘치열한 공부’였다. ‘공부를 최대한 많이 해야 고객을 제대로 응대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했다. 승진 시험을 앞두고는 낮 근무가 끝나면, 밤에 독서실에서 공부했다. 당시 책임자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수신·외환·여신 등 모든 은행 업무 전반에 대해 파악하고, 시험을 통과해야 했기 때문이다. ‘반성’ 역시 그를 성장하게 한 노력이었다. 영업 중 고객에게 거절당했다면 좌절하기보다 무엇이 부족했는지 되짚어보고 공부했다.
정 부행장은 고객의 믿음을 얻기 위한 노력도 했다. 우리은행 금융감독원ㆍ반포역ㆍ대치남지점의 지점장, 삼성동금융센터 센터장을 거치면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쌓였다. 영업점 내 지점장실 안에 있기보다 고객들과 접촉하려 했던 영향이 컸다. 창구로 나와 고객에게 인사를 하고 자녀와 손주의 이야기를 하는 등 소통에 집중했다. 정 부행장은 “‘우리은행’이라서가 아니라 서로를 돕는 가족과 같다는 의미에서 ‘우리 지점장’ ‘우리 직원’이라고 표현하는 고객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직원의 믿음도 얻기 위해 격식을 차리기보다는 친근하게 소통했다.
이 같은 노력의 성과는 분명했다. 정 부행장이 지점장과 센터장을 지낸 9년간, 반기마다 시행하는 영업 평가에서 1등을 총 8번 했다. 남역삼동영업그룹과 강남영업본부에서 본부장을 맡았던 시절에는 1등을 3번 더 했다.
1등을 11번 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정 부행장은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선제적으로 제공해 감동을 줬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예를 들어 부동산을 사고자 하는 고객이 있다면, 본점 부동산 전문가를 통해 좋은 위치를 함께 고민했다”며 “고객을 밀착 케어하며 필요로 하는 것을 파악, 분석해서 정보를 제공했다. 이후 고객에게 ‘역시 거래는 우리은행과 해야 한다’는 말을 듣는 게 가장 큰 기쁨이었다”고 떠올렸다.
이는 과거의 영광으로만 남지 않았다. 우리은행의 충성고객 확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일례로 정 부행장은 삼성동금융센터에서 센터장을 역임하던 2020년, 신사업 진출을 앞두고 자금난을 겪던 중소기업 A의 사업성을 따져 운전자금 등에 대한 여신지원을 결정한 적이 있었다. 이후 A 기업은 견실한 성장을 하며 여전히 우리은행과 거래 중이다. 정 부행장은 지점을 떠나 본점에 와 있는 지금도 A 기업을 비롯해 과거에 거래했던 30여 곳의 크고 작은 기업 고객과 10년 가까이 유대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정 부행장은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로 “자기가 맡은 업무영역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라”는 메시지를 꼽았다. 정 부행장은 “내가 맡은 업무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열정적으로 일을 하면 좋겠다”며 “본인이 목표하는 바는 본인이 아닌 누군가가 대신 이뤄줄 수 없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낼 수 있을 만큼의 자기계발과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부행장은 본인 역시 현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디를 가든 1등을 했는데, 소비자보호그룹장도 맡겼더니 역시 1등을 했더라’라는 얘기를 듣는 게 목표”라며 “열정적인 사람으로 기억되기 위해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책임과 역할을 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