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의 서울 부동산 매수가 일 년 내 최고 수준으로 늘었다. 법인 매수는 투자 성격이 짙고, 상가나 토지 등 대형 부동산 거래가 많아 부동산 경기 상승기에 거래 증가세가 포착된다. 법인의 서울 부동산 매수세가 늘어난 것은 올해 들어 시장가격 ‘바닥’을 확인한 부동산 투자 수요가 늘어난 것이란 해석이다. 다만, 서울 외 수도권과 지방은 여전히 법인 매수세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 부동산 시장의 지역 양극화가 심화하는 모양새다.
2일 법원 등기정보광장 통계 분석 결과 2월 기준 서울 부동산(집합건물·토지·건물 등) 법인 매수 건수는 2075건으로 지난해 3월 2042건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1년 전(2023년 2월) 서울 부동산 법인 매수량이 1554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3.5% 급증한 수준이다.
서울 부동산을 사들이는 법인 매수세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서울은 지난해 9월 1405건으로 연내 최저 수준 보였지만, 꾸준히 늘어 올해 1월에는 1902건을 기록하고 2월 2000건을 돌파했다.
법인의 아파트 거래량만 떼놓고 봐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법인이 개인에게 사들인 아파트 매수량은 2월 15건으로 1월 28건 이어 계속 늘고 있다. 서울 내 법인의 아파트 매수세는 지난해 2월 8건을 기록한 뒤 지난해 9월에는 7건까지 등락을 거듭했지만, 올해 들어선 두 달 연속 두 자릿수 거래량을 보이는 등 거래량 우상향 중이다.
다만,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법인 매수세는 시들하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통계 기준으로 2월 전국 부동산 매수량은 1만2561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1만2588건과 비슷한 수준으로 서울의 법인 매수량이 늘어난 것과는 정반대다.
수도권도 서울을 제외하면 법인 매수세가 뜸했다. 경기도는 2월 1132건으로 1월 1618건보다 거래량이 적었다. 인천 역시 2월 414건으로 평년 수준을 기록했다. 세종은 2월 기준으로 14건만 확인됐다. 이는 지난해 3월 118건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에 그친다.
법인 거래는 주로 대형 부동산 거래에 집중되며 투자 수요가 주를 이룬다. 2020년 이후 집값 급등 당시 법인 거래가 대폭 늘면서 집값 상승 견인차 역할로 주목받은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법인 매수세는 서울을 포함해 전국에서 저조했다. 시장 내림세가 이어지는 데다 부동산 경기 둔화에 고(高)금리 행진이 계속되면서 기대 수익률이 하락하자 법인 매도세가 눈에 띄게 느는 등 시장에서 발을 빼는 법인이 더 많았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투자 금액이 저렴해졌을 때 시장에 진입하려는 투자 수요가 일부 늘어난 것”이라며 “주택뿐만 아니라 토지나 상가 등 모든 부동산이 가격 하락기를 지나고 있고, 금리 수준도 올해 들어 소폭 하락하다 보니 여유자금을 투자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서울 이외 지역의 법인 수요 둔화에 대해 윤 위원은 “서울은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다지는 시기로 보이지만 그 외 지역은 추가 하락 우려도 있다”며 “서울은 저렴한 매물을 중심으로 법인 수요는 물론 개인 수요도 늘어나겠지만, 그 외 지역 수요가 늘어나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