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 기간인 ‘블랙아웃’에도 표심은 움직인다. 어느 쪽을 선택할지 결정하지 못했거나 바꿀 생각이 있는 중도층은 마지막까지 고민을 거듭하기 때문이다. 이번 4·10 총선에서도 막말 변수가 화두에 올랐다.
‘이대생 성상납’ 발언으로 논란이 된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경기 수원정 후보의 과거 발언이 화제다. 김 후보는 과거 “윤석열 부부는 암수 구분이 안 되는 토끼”, “얼레리 꼴레리는 ‘꼴린다’에서 유래됐다”는 말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김 후보가 대학교수 시절 자신의 책 ‘김준혁 교수가 들려주는 변방의 역사’에 “유치원의 뿌리가 친일의 역사로 시작했다”고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에 반발한 유치원 단체는 8일 집단 규탄 대회를 예고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대전 유세에서 김 후보의 막말 논란을 겨냥해 “민주당은 여성혐오 정당, 성희롱 정당”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김준혁이란 사람이 한 얘기가 엽기적이어서 방송에서 차마 틀지도 못한다고 한다. 만약 이런 식으로 직장 동료나 다른 여성 동료들 있는데 억지로 듣게 하면, 그건 직장 내 성희롱이 될 것”이라며 “맥락도 안 맞게 무조건 깔대기식으로 음담패설을 내놓고, 억지로 듣게 하고, 듣는 사람 표정 보고 즐기는 것, 이건 성도착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당초 김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2위인 이수정 국민의힘 후보를 제치고 선두를 달렸지만, 최근 거센 추격을 당하는 모습이다. 김 후보는 지난달 23~25일 경기신문 의뢰로 알앤써치가 수원정 유권자 5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절반에 가까운 49.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40%인 이수정 후보와의 격차는 9%포인트(p)로 오차범위(±4.4%p) 밖이었다.
그러나 데일리안 의뢰로 여론조사공정(주)이 2일 수원정 유권자 5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49.5%의 지지를 받았다. 이 후보는 42.5%로 두 후보의 격차는 오차범위(±4.4%p) 내로 좁혀졌다. 여야가 막말 이슈를 ‘마지막 변수’로 꼽는 이유기도 하다.
이번 조사는 4월 2일 경기 수원정 선거구 만 18세 이상 남녀 유권자를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유·무선 ARS 조사로 진행됐다.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무선 ARS 90%·RDD 유선 ARS 10% 방식으로 이뤄졌다. 전체응답률은 5.2%로 최종응답은 504명이다. 표본은 올해 2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에 따른 성·연령·지역별 가중값 부여(림가중)로 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실제 블랙아웃 기간 중 여야 판세가 달라졌던 사례는 많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블랙아웃 기간 직전인 4월 8일 나온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정당 지지율이 39.0%로 더불어민주당(21.0%)보다 두 배 가까이 앞섰지만, 민주당이 123석으로 원내 1당을 차지했다. 당시 민주당은 국민의당 돌풍으로 야권 분열을 겪었지만, 친박과 비박 간 계파 갈등에 새누리당이 반감을 사면서 결국 패배한 것이다.
막말 논란으로 ‘선거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적도 있다. 2012년 총선에서 김용민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가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미 국무부 장관을 성폭행하자”, “피임약을 최음제로 바꿔서 팔자”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 드러나면서 당은 참패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민주통합당이 해당 논란으로 최소 10석은 손해를 봤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2018년 지방선거 때는 정태옥 자유한국당 전 후보가 “멀쩡한 사람이 서울 살다가 이혼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는 ‘이부망천’ 지역 비하 발언이, 21대 총선에는 차명진 미래통합당 전 후보가 세월호 유족 비하 발언을 해 악영향을 미쳤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