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전역에 오픈랜 상용화 박차
유럽의 최대 통신사인 보다폰(Vodafone)그룹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를 찾았다.
오픈랜(개방형 무선접속망)을 중심으로 통신장비 사업 협력 강화가 예상된다.
8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보다폰 주요 임직원들이 지난달 말 삼성전자 본사를 찾아 사업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마르게리타 델라 발레 보다폰그룹 CEO가 직접 방문해 유럽 전역에 걸쳐 양사의 오픈랜 입지를 강화하는 방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전자는 영국과 루마니아 등에서 보다폰의 오픈랜 상용화를 위해 관련 통신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양사의 오픈랜 협력을 향후 유럽 전 국가로 확대해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오픈랜이란 서로 다른 제조사가 만든 통신 장비를 연동할 수 있도록 하는 표준화 기술을 말한다. 기지국에는 여러 장비가 들어가는데, 그동안에는 같은 제조사의 장비만 쓸 수 있어 비용 등 측면에서 진입 장벽이 높았다. 오픈랜이 상용화되면 특정 제조사에 대한 장비 의존도를 낮출 수 있고, 설비 투자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향후 6G(6세대) 등 차세대 이동통신 시장은 오픈랜 기반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논의로 양사의 협력 관계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021년 6월 보다폰의 4G·5G 네트워크 장비 주요 공급사로 선정된 이후 사업 협력을 지속해오고 있다.
2월에는 보다폰과 루마니아 20개 도시에 오픈랜 구축을 위한 장비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오픈랜 호환 트리플 밴드 무전기, 5G 매시브 다중입출력(MIMO) 무전기 등 vRAN(가상화 기지국)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또 같은 달 삼성전자와 보다폰은 미국 반도체 기업 AMD와 경기 수원 삼성전자 R&D 연구소에서 오픈랜 기술을 활용한 통화 시연에 성공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보다폰은 AMD의 차세대 통신 전용 중앙처리장치(CPU) ‘에픽(EPYC™) 8004’를 활용·구동해 오픈랜 소프트웨어 성능을 크게 개선시켰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오픈랜 투자 규모는 올해 누적 90억 달러(약 12조 원)에서 2030년 300억 달러(약 40조 원)로 커질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올해 첫 경영 행보로 6G 통신을 연구하는 삼성리서치를 찾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미래 준비’ 특명에 따라 2019년 5월 삼성리서치 산하에 차세대 통신연구센터를 설립하고, 차세대 통신 장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시 이 회장은 "새로운 기술 확보에 우리의 생존과 미래가 달려있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선제적 연구개발과 흔들림 없는 투자가 필요하다. 더 과감하게 더 치열하게 도전하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