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평가액 2조8500억 원, 국내 주식부호 순위 10위인 방시혁<사진> 하이브 이사회 의장이 동일인(총수) 지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뉴진스 등이 속한 하이브가 자산 5조 원을 돌파하면서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공정위는 ‘하이브’ 등을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할지 여부를 내달 1일 발표할 예정이다.
10일 하이브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하이브의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5조3457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9.8% 증가한 규모다. 하이브의 자산은 2021년 4조7289억 원, 2022년 4조8704억 원 등으로 5조 원 아래를 유지해 왔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대기업집단은 일반 계열사의 자산총액과 금융 계열사의 자본총액을 더한 자산인 ‘공정자산’이 5조 원이 넘긴 곳을 대상으로 한다. 하이브는 2021년 이후 사업규모가 급격히 확대됐으나 지난해 3월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인수를 포기하면서 자산총액이 5조 원에 미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지는 않았다. 하이브가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시 의무와 사익 편취 금지 등 각종 규제가 적용된다. 지분 31.57%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자 설립자인 방시혁 의장은 총수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는 “하이브 등의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과 관련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각 기업집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검토하고 있으며, 5월 1일경 지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이브는 2005년 2월 빅히트엔터테인먼트로 출발해, 대중음악 기획·제작 등을 행하는 글로벌 콘텐츠 집단으로 성장했다. 소속 그룹 방탄소년단의 성공에 이어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세븐틴, 프로미스나인, 르세라핌, 뉴진스, 엔하이픈 등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데뷔한 투어스, 아일릿, 캣츠아이 등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삼성증권은 “촘촘한 아티스트 라인업에 기반해 음반·음원, 공연뿐 아니라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콘텐츠, 라이선싱 매출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이브는 아티스트의 성공을 발판 삼아 2019년 쏘스뮤직, 2020년 플레디스를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2020년에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에도 성공했다. 현재 하이브의 시가총액은 약 9조 원으로 시총 순위는 45위다. 2021년에는 글로벌 팝스타 저스틴 비버와 아리아나 그란데 등이 속한 이타카 홀딩스를 10억4500만 달러(약 1조2000억 원)에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힙합 레이블 QC 미디어 홀딩스와 라틴 음악 업체 엑자일 뮤직도 사들였다.
올해 들어서도 하이브는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3월에는 유니버셜 뮤직그룹(UMG)과 음반원 글로벌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증권가는 해외 음원 매출이 7~14%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음악 전문지 빌보드는 “하이브는 더 이상 K팝에만 초점을 맞춘 지리적으로 제한된 회사라고 볼 수 없다”며 방시혁 의장을 음악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인 ‘빌보드 파워 100’ 18위로 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