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108석…거부권·탄핵·개헌선 '진땀 사수'
22대 총선에서 민심은 집권 3년차 윤석열 정부에 매서운 회초리를 들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감이 더불어민주당 과반 압승으로 이어지면서 정부의 잔여 임기도 여소야대로 마무리하게 됐다. 하지만 여당이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과 탄핵·개헌저지선(100석)을 가까스로 사수하면서 최악의 사태는 면했다.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총선 개표 결과, 지역구 의석은 민주당 161석, 국민의힘 90석, 개혁신당·새로운미래·진보당 각 1석으로 나타났다. 비례대표는 국민의힘 비례정당인 국민의미래 18석, 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정당 더불어시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2석 등이었다. 비례를 포함하면 민주당은 175석으로 단독 과반, 범야권 192석의 압승을 거뒀다. 국민의힘은 108석에 그쳤다.
여야 희비는 전체 지역구 의석(254석) 절반 수준인 122석 수도권에서 갈렸다.
정권 심판론을 내세운 민주당은 서울 37석(국민의힘 11석), 경기 53석(국민의힘 6석·개혁신당 1석), 인천 12석(국민의힘 2석) 등 수도권 102석을 휩쓸었다. 국민의힘은 서울 송파병을 제외한 강남 3구와 한강벨트 일부(용산·동작을·마포갑)와 도봉갑 승리로 직전 총선(8석)보다 선방했지만 전체 판세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40석이 걸린 PK(부산·울산·경남)에서 선전했다. 부산 18석 중 17석(민주 1석)을, 경남 16석 중 13석(민주 3석), 울산 6석 중 4석(민주 1석·진보 1석)을 확보했다. 탄핵·개헌선 붕괴 위기감을 느낀 보수층이 막판 결집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캐스팅보트 지역으로 꼽히는 충청권(28석)에선 민주당이 21석(국민의힘 6석·새로운미래 1석)을 차지했다. 국민의힘은 텃밭인 대구·경북(25석), 민주당도 텃밭인 호남·제주(31석)을 각각 석권했다.
결과적으로 윤석열 정부는 법안·예산안 처리는 물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강제 종료 권한을 가진 범야당을 임기 내내 상대하게 됐다. 단 범야권 200석 불발로 민주당의 법안 강행 처리에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응수한 21대 국회의 극한 대치가 반복될 것으로 관측된다. 거부권으로 국회에 돌아온 법안이 재가결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변은 없었지만, 여당이 접전지에서 나름대로 선방한 결과"며 "100석 미만이었다면 야권은 바로 탄핵을 추진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야당의 발목 잡기, 대통령은 법을 못 바꾸면 시행령을 바꾸는 등의 향후 3년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한편 윤석열 정부 중간 평가격인 선거에서 철퇴를 맞은 국민의힘은 지도체제 변화를 넘어 당정관계 재정립 등 강한 쇄신이 불가피하게 됐다. 당장 이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 뜻을 준엄하게 받아들인다"며 사퇴를 선언했다. 윤재옥 원내대표가 대표권한대행을 맡아 조기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단독 과반 압승으로 정치적 입지를 더욱 공고화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대권 가도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 대표는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민주당에게 과반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며 "당면한 민생 문제 해결에 적극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 중인 대장동 의혹 등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변수가 될 수 있다. 한편, 이번 총선에서 원외 정당으로 밀려난 녹색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