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금리 인하 시기 밀리면서 손실 커져…올해 29.9% 하락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지면서 미국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한 국내 개미 투자자들의 수심이 깊어지고 있다.
1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미국 증시에서 국내 투자자들은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미국채 3배 ETF(DIREXION DAILY 20+ YEAR TREASURY BULL 3X ETF·TMF)’를 1억8398만 달러(약 2567억 원) 어치 순매수 한 것으로 집계됐다.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미국채 3배 ETF는 만기 20년 이상 미 국채로 구성된 지수(ICE US Treasury 20+ Year Bond Index)를 3배로 추종하는 초고위험 상품이다.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 국채 ETF(ISHARES 20+ YEAR TREASURY BOND ETF·TLT)’도 9615만 달러(약 1342억 원) 어치 사들였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증시 순매수 순위 7위와 16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기준금리가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설 거란 기대감에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거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가 인하하면 장단기채에 대한 매도세로 인해 채권 가격이 오르는 등 채권 가격이 금리와 반비례한다. 때문에 기준금리가 하락할 경우 장기채 ETF를 통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기준 금리 인하 시기가 예상보다 뒤로 밀리자 장기채 상품들의 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뉴욕거래소에서 올해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미국채 3배 ETF는 29.9% 하락했다.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 국채 ETF도 9.58% 내렸다.
전날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4.6%로 급등했다.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3월 미국 소비자물가가 지속적으로 예상치를 상회하는 등 물가가 예상보다 잡히지 않으면서 6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화된 탓이다.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5%를 기록했다.
다만 증권가에선 물가가 고점을 찍고 내려올 것이라며 금리 인하가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소비자물가가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연중 고점은 확인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2024년 미국 소비자물가가 상반기에는 3%대 초반에서 형성된 이후 연말에는 2.8%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채 금리가 상승한 배경에는 미국 ISM 제조업지수가 혹장세로 돌아서면서 미국 연준의 인하 시기가 뒤로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경기가 견조할 거란 점은 미 연준의 인하 조건을 훼손시키는 요인은 아닌만큼 최근 금리 반응은 과도하다는 판단이다. 여전히 연내 인하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금리 상승시 매수 대응 전략은 유효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