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야당ㆍ시민단체 반발 부딪쳐, AI기본법 1년째 국회 계류 중
전문가 "글로벌 규제 대응 필요, 21대 국회, AI기본법 처리해야"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은 AI 관련 법을 만들어 AI 거버넌스를 확립하고 있다. 국가 간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며 ‘인공지능(AI) 민족주의’라는 말까지 나오는 가운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현재 입법 공백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는 AI 패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서둘러 AI 기본법을 통과시키고 국제적 논의를 이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인공지능연구소(HAI)의 ‘AI 인덱스 2023’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입법 절차에서 AI에 대한 언급은 2175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AI 글로벌 패권 전쟁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각국들이 AI 거버넌스를 확립하려는 모습이다.
AI 인덱스 2023 보고서에 따르면 AI 규제 도입에 활발한 건 미국이다. 미국 규제 당국은 지난해 25개 AI 관련 규정을 통과해 신기록을 경신했다. 2016년 당시 1건에 불과했던 AI 관련 규제는 생성형 AI의 데이터 저작권 지침, 사이버 보안 위험 관리 프레임워크 등을 포함한다. 다만 자국 AI 개발 기업이 많은 미국은 투명성, 공정성, 신뢰성은 담보하되 AI 산업을 지원할 수 있는 무른 규제를 적용한다.
가장 강력한 규제를 도입한 건 유럽연합(EU)이다. EU는 지난해 12월 유럽연합 이사회 의장국과 유럽 의회 협상단이 EU AI 법률안의 절충안에 잠정적으로 합의한 이후 올해 2월 세계 최초로 AI 규제법을 입법했다. 미국과 더불어 세계 2대 소비 시장인 EU는 AI 개발 기업이 없는 만큼 강한 규제로 경쟁국을 압박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AI 입법에 진통을 겪고 있다. ‘인공지능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안’(AI 기본법)은 국회서 1년째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기술부의 핵심 입법 과제이지만, 연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1대 국회에서도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 등에 좌초됐던 만큼 22회 국회에서도 균형점을 찾는 데 난항을 겪을 거란 관측이다.
AI기본법은 국가의 AI 거버넌스를 확립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법안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AI의 발전과 이용 및 확산을 저해하는 규제가 아니라, 대중의 신뢰도를 높이고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와 일치시키며 AI의 발전과 진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AI전략최고위협의회’ 법제도 분과 1차 회의에서 오병철 연세대 교수는 “EU의 AI법은 세계 최초의 AI 규제에 관한 일반법으로 위험 기반 접근이라는 측면에서 다른 나라의 인공지능 규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리만의 AI 일반법을 마련해 AI 발전 강국으로서 국제적 논의를 끌고 가는 입지를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AI 기본법을 조속히 통과시키고, 내달 열리는 AI 서울 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 AI 분야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이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계가 (AI)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각 국가별 이해 관계에 따라 각 국에 유리하게 거버넌스를 만들려고 한다”며 “5월 우리나라에서 AI정상회의가 열린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고, 여기에서 진행된 내용이 UN에서 논의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