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폴더블폰 시장서 점유율 1위 전망
반도체서도 자급력ㆍ기술력 크게 높아져
지난 1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로봇청소기 신제품 출시 기념 론칭쇼에서 김서영 로보락 한국 마케팅 총괄은 국내 기업들과의 경쟁 전망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중국 가전업체 로보락이 한국에서 신제품 론칭쇼를 연건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가전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국내 기업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대한 직접적인 선전포고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로보락은 이번 신제품에 ‘배짱 가격’을 내밀었다. 출고가는 184만 원으로, 이달 초 삼성전자가 먼저 출시한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179만 원)보다 비싸다. 그럼에도 로보락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했다. 실제로 지난해 로보락은 국내 150만 원 이상 하이엔드급 제품 시장에서 80.5% 점유율을 보이며 압도적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과거 저가 공세 전략만 고집하는 중국은 사라졌다. 최근에는 자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기술력과 자급력도 크게 끌어올리면서 사실상 전 산업군에서 존재감을 키워나가고 있다.
폴더블폰 시장에서는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누르고 점유율 1위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화웨이가 신제품 폴더블폰 메이트X5, 포켓2 등의 흥행으로 올해 1분기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2019년 처음으로 폴더블폰 시장의 포문을 연 삼성전자가 1위를 빼앗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화웨이는 업계 최초로 화면을 세 번 접는 트리플 폴더블폰도 올해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역시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아래 기술력을 크게 높이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 중국은 10~30%에 불과했던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 7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근에는 미국의 강도 높은 제재가 오히려 중국의 자체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최근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 등 자국의 주요 통신사들에 2027년까지 외국산 중앙처리장치(CPU) 사용을 중단하고, 자국 제품으로 교체하라고 지시했다. 그만큼 자체 기술력이 높아졌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전기차 시장은 이미 중국에 끌려가는 분위기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를 ‘3대 신사업’ 중 하나로 점찍고, 2009년부터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부으며 빠르게 발전시켜왔다.
중국 비야디(BYD) 등은 내수 시장을 넘어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는 비야디가 52만6409대를 팔아 부동의 전기차 판매량 1위인 미국 테슬라(48만4507대)를 제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국내에 로고 상표권을 잇달아 출원하는 등 한국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때 애플의 ‘카피캣’이라고 조롱받던 샤오미 역시 최근 첫 전기 세단 ‘SU7’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700㎞로 테슬라의 모델3(600㎞)을 뛰어넘는다. 고성능 맥스 트림의 경우 제로백(시속 100㎞까지 도달 속도)이 포르쉐 타이칸 터보(2.93초)보다 빠른 2.78초다. 프리미엄 세단임에도 가격은 기본 트림 기준 약 4012만 원에 불과하다.
배터리 시장 역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채택 비중을 늘리면서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가고 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CATL은 1~2월 비중국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26.3%)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점유율이 0.6%포인트(p) 상승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1.1%p 하락한 45.6%를 기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그간 세계적 인재를 전투적으로 영입하고, 기술 개발에 매진해 현재 잠재적인 성장력을 보유한 상황”이라며 “중국이 잘하는 산업 품목과 영역이 우리나라와 겹치는 부분이 많다. 초격차 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