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실적에도 쫓겨날 운명’ 아워홈 구지은, 사모펀드와 손잡나

입력 2024-04-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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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 구본성 전 회장ㆍ장녀 미현 씨, 주총서 구지은 사내이사 선임 부결

지분 19% 보유 장녀 미현 씨 ‘키맨’
구지은 임기 6월, 사모펀드 포섭 가능성 커
수년 째 남매의 난…성장세ㆍ신사업 제동

(이투데이 그래픽팀)

식품종합기업 아워홈 오너 일가의 갈등이 재점화하면서 경영권 향배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오너 일가 장남 구본성 아워홈 전 부회장이 장녀 구미현 씨와 손잡고 구지은 현 부회장을 향한 반격에 나섰다. ‘남매 갈등’이 다시 불거지면서 구 부회장이 안정적으로 이끌어온 아워홈 성장세에도 제동이 걸렸다.

2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아워홈은 최근 연 주주총회에서 구지은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부결했다. 장녀 미현 씨가 최대주주인 장남 구 전 부회장의 편을 들면서 구 부회장은 경영권 박탈 위기에 처한 것이다. 구 부회장 대신 선임된 사내이사는 미현 씨의 남편 이영렬 전 한양대 의대 교수다. 구 부회장의 대표이사직 임기는 올해 6월까지로, 그 전까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우군을 확보해야 한다.

아워홈은 창업주 고(故) 구자학 회장의 1남 3녀가 회사 지분 98%를 보유한 비상장사다.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지분 38.56%를 보유한 최대주주지만, 장녀 구미현(19.28%), 차녀 구명진(19.60%), 삼녀 구지은(20.67%) 세 자매가 힘을 합치면 그를 견제할 수 있다. 4남매 중 장남(구본성)과 삼녀(구지은)는 그동안 경영권을 놓고 2017년부터 진흙탕 싸움을 벌여왔다.

구 부회장은 2015년 아워홈 부사장 승진 후 5개월 만에 구본성 전 부회장과의 갈등으로 보직해임된 바 있다. 하지만 보복운전과 배임 등의 논란을 야기한 구 전 회장을 밀어내고 2021년부터 아워홈을 이끌어왔다. 장자승계 전통을 깬 범LG가 대표 CEO(최고경영자)로 꼽힌다.

이번 경영권 분쟁의 ‘키맨’은 장녀 미현 씨다. 차녀 명진 씨와 구지은 부회장과의 연합전선은 견고한 편이나, 장녀 미현 씨는 그간 오빠와 막내동생의 손을 들었다놨다를 반복했다. 미현 씨는 2021년 6월 막내여동생이 경영권을 잡도록 표를 행사했지만, 이듬해 2022년에는 다시 장남(구 전 부회장)과 손잡고 지분 매각도 추진했었다. 미현 씨는 현재 주부로, 경영보다 지분 매각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현 씨 지분이 제3자에게 넘어갈 경우, 경영권을 위협이 커지는 구 부회장이 이를 반대해왔다. 여기에 구 부회장이 책임경영을 위해 ‘무배당’을 결정하자, 수백억 원대 배당금을 받지 못한 미현 씨가 장남 편을 든 것으로 보인다.

구 부회장이 경영권을 지키려면 미현 씨를 설득해 포섭하거나, 사모펀드 등 우호세력을 끌어들이는 방법이 유일한 대안이다. 현재로선 미현 씨보다 사모펀드와 손을 잡는 게 더 유리하다는 관측이다.

구 부회장이 그동안 안정적으로 아워홈을 경영, 안팎에서 신임이 높다. 특히 연결 재무제표 기준 아워홈의 지난해 실적은 역대 최대였다. 매출액은 전년보다 8.1% 증가한 1조9835억 원, 영업이익은 75.7% 늘어난 943억 원이었다. 특히 주력사업인 단체급식·외식 부문이 급성장했고 신성장동력인 해외 사업도 성과가 크다. 남매 갈등이 장기화하면 이런 성장세에 제동이 불가피하다. 업계 일각에서는 “지분에서 밀리는 구 부회장이 다음 임시주총에서 얼마나 우군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재계는 이미 지난해 실적 등으로 확실한 능력을 입증한 구 부회장의 경영권 확보를 기대하는 눈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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