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IS ‘105mm 지원’ 제언에 첫 공식 입장
자국 방위산업체와의 협력 필요성도 강조
미국 국방부 “한국과 우크라 문제” 원론적 답변
22일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본지에 필요 물자에 관한 내용을 담은 공식 서한을 보내왔다. 이번 서한은 최근 한국 정부가 패트리엇 지원을 거절한 것과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한국산 105mm 포탄 지원을 제언한 것에 관한 입장을 문의한 데 따른 것이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우리 방위군은 러시아의 무력 공격을 격퇴하기 위해 동맹국으로부터 받은 모든 유형의 무기와 군사 장비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기동성과 높은 정확도가 특징인 105mm 포탄용 L119 곡사포가 그 예”라고 답했다.
국방부는 “현재 전선 상황은 어렵다. 포탄과 장거리 미사일, 기타 무기가 부족해 우리 군의 능력이 저하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방위군이 화력을 증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우리에겐 더 넓은 범위의 현대식 무기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필요한 군사 지원이 더 지연된다면 전황은 우리에게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신 방공 시스템과 다연장 로켓 발사 시스템(MLRS)용 장거리 미사일, 다목적 드론 등을 당장 필요한 목록으로 소개했다. 다만 지난번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처럼 패트리엇을 지원해 달라는 식의 직설적 화법은 피했다.
쿨레바 장관은 지난달 말 러시아와 협력하는 북한을 예로 들며 한국에 패트리엇을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우리 정부는 살상 무기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거절했다. 국내에선 우크라이나의 패트리엇 요구가 과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이후 CSIS는 보고서에서 한국이 미국을 통해 105mm 포탄을 우회 지원하면 미국이 155mm 포탄으로 상환해주는 방식을 제언했다. CSIS는 “한국이 여유 있게 사용할 수 있는 포탄은 105mm”라며 “한국이 보유한 340만 개 포탄은 우크라이나가 운용하는 모든 105mm 곡사포와 호환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군이 운용하는 곡사포의 30% 미만이 105mm를 사용한다”며 “이를 빌려주는 것은 한국의 군사 준비 태세를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국방부 관계자는 ‘CSIS가 제언한 방식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의향이 있는지’라는 본지 물음에 “이건 한국과 우크라이나 사이의 문제”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미국은 전쟁이 발발하고 나서부터 줄곧 동맹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주권 국가의 판단에 맡긴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물밑에서 동맹국들의 지원을 중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이 미국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에 155mm 포탄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자국 방위산업의 성장을 위한 협력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당국은 “우리 생산업체들은 새로운 장비와 무기를 출시하고 생산하는 데 심각한 도전에 처했다”며 “동맹국과 무기의 공동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국제 컨소시엄 형식으로 장기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무기를 지원하고 더 많은 투자를 제공하는 것은 전쟁이 장기화하거나 더 커지는 것에 대비한 안전장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