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ADC 급여화에 기대감 고조…MSD, 적응증 확장·급여 도전 꾸준
글로벌 기업들이 유방암을 적응증으로 항암제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시장의 판도가 변화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른바 ‘암 잡는 미사일’로 평가받는 항체약물복합체(ADC)가 유방암 치료제로 등장했고, 기존 항암제도 건강보험 급여 범위 확대를 시도하며 환자 접근성 높이기에 나섰다.
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유방암 치료제 시장은 글로벌 기업들의 각축전이 한창이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가 개발한 ADC 신약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가 사람상피세포증식인자수용체 2형(HER2) 양성 유방암·위암 치료제로 건강보험 급여권에 진입하면서 경쟁사들의 긴장감을 고조했다.
ADC는 특정 표적에 결합하는 항체와 암세포를 공격하는 약물을 조합한 형태로, 건강한 세포 훼손을 최소화해 업계에서 각광받는 신기술이다. 호르몬 양성 유방암은 HER2 단백질의 과발현 여부에 따라 HER2 양성과 HER2 음성으로 구분하는데, 전 세계 유방암 환자 중 20%는 HER2 양성인 것으로 학계는 추정하고 있다. 엔허투는 지난달 1일부터 국내에서 기존 약물로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 급여가 적용되면서 ‘말기 환자들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수식을 얻었다.
해외에서는 엔허투의 분야 확장이 신속히 진행되고 있다. 유방암뿐 아니라 모든 암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적응증을 확장하는 추세다. 지난달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모든 HER2 양성 고형암에 엔허투를 쓸 수 있도록 승인했다. 기존에는 유방암, 위암, 폐암 치료에만 사용됐지만, 앞으로는 암종에 상관없이 다른 선택지가 없는 환자에게 엔허투를 쓸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달 30일자로 국내에서 유방암 신약 ‘티루캡정(성분명 카피바설팁)’의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파이프라인을 확장했다. 티루캡정은 암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신호전달체 ‘세린·트레오닌 키나아제 AKT 단백질’ 활성을 차단하고 종양세포 생존·증식을 억제하는 기전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FDA에서 AKT 억제제 계열 중 최초로 허가됐다.
MSD의 기존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역시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술 전후 보조요법 적응증 추가한 이후 건강보험 급여 적용 범위 확대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키트루다는 현재 국내에서 유방암을 비롯해 폐암, 식도암, 두경부암, 자궁내막암 등 16개 암종에서 29개 적응증을 확보해, 활용 범위가 가장 넓은 면역항암제다. 2022년에는 고위험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를 위한 수술 전후 보조요법 적응증을 추가했다. 환자에게 수술 전 키트루다와 항암화학요법을, 수술 후에는 키트루다 단독요법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다만, 최근 국내에서 키트루다의 급여 확대 시도가 불발됐다.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과 전이성 또는 재발성 삼중음성 유방암 등을 비롯한 15개 적응증에 대해 작년 6월부터 보험급여 기준 확대안을 신청했지만, 지난달 17일 열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는 ‘급여기준을 미설정’으로 결정됐다. 위원회는 MSD 측이 재정분담안을 추가로 제출할 경우 급여기준 설정 여부를 재논의하기로 해, 향후 추가 논의 가능성을 남겼다.
그동안 유방암 치료제 분야에서는 로슈의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투주맙)’이 대표주자로 꼽혔다. 허셉틴은 2000년 출시 이후 현재까지 유방암 표준치료제로 자리를 굳혔다. 하지만 2017년부터 특허가 풀리면서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열렸다. 현재 국내서에는 셀트리온의 ‘허쥬마’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삼페넷’, 인도와 미국 기업이 공동 개발한 ‘오기브리’ 등이 식약처 승인을 받고 시장에 진입했다.
유방암 환자 수 증가에 관련 시장도 성장세다.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에 따르면 세계 유방암 치료제 시장은 2028년까지 약 460억 달러(57조 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유방암은 전 세계 여성암 중 환자 수가 가장 많은 암종이어서다. 2022년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유방암은 2020년 한 해 동안 2만4806명의 환자가 발생해 여성암 1위에 올랐다. 이는 2위 갑상선암(2만1722명)을 웃도는 수준이다.
항암제 개발 기업의 한 관계자는 “유방암은 국내 치료 환경과 예후가 다른 암종과 비교해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환자가 워낙 많고 케이스가 다양해 미충족 수요가 상존하는 분야”라며 “기업들의 치료제 급여권 진입 및 신약 도입 시도가 지속해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