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이후 정치국 위원 5명 축출
파벌 싸움 속 시장 개방 세력 쇠퇴
브엉 딘 후에 베트남 국회의장이 전날 전격 사임했다. 지난달에는 보 반 트엉 국가주석이 갑작스레 사직했다. 둘 다 공식적인 축출 경위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불타는 용광로’라고 불리는 대대적인 부패 척결 캠페인 중 비리가 발각된 것이 이유로 꼽힌다.
특히 후에 전 국회의장은 권력서열 1위 응우옌 푸 쫑 총비서의 뒤를 이을 차기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된 인물이다. 베트남 공산당 최고지도부는 총비서(서열 1위), 국가주석(2위), 총리(3위), 국회의장(4위) 등 ‘빅4’로 구성됐다.
이번 후에 국회의장의 숙청으로 최고지도부 절반이 공석이 됐다. 정치국 위원 수도 13명으로 줄었다. 2022년 말 해임된 팜 빈 민 총리를 시작으로 1년 반 남짓한 기간에 정치국 위원 총 5명이 후임 없이 축출된 것이다. 전국민적 지지를 받는 부패 척결 캠페인에 따른 사정의 칼날이 거세다.
이달 80세가 된 쫑 총비서의 건강 우려에 대한 소문이 돌면서 권력 재편을 위한 당내 파벌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2026년 개최 예정인 차기 전당대회에서 15년 만에 새 총비서가 임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 경제개발연구소의 이시즈카 후타바 연구원은 “현재 베트남 반부패 투쟁은 점점 더 파벌전의 수단이 돼가고 있다”면서 “5년에 한 번씩 열리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내부고발 등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도부 인력풀 감소와 함께 ‘경제통’이 부족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에 숙청된 후에 전 의장은 경제학 박사 학위를 갖고 있으며 재무장관도 지냈다. 반면 쫑 총비서는 시장의 급격한 개방에 신중한 보수주의자로,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응우옌 탄 둥 전 총리 등 시장 개방 세력을 꺾었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베트남은 1980년대 심각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도이모이(쇄신) 정책’에 기반을 둔 시장경제를 도입했다. 경제는 2010년대까지 고성장을 이뤘지만 현재는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권력 투쟁으로 경제정책 추진이 정체되면 향후 베트남 경제가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닛케이는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