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첫 회담을 열고 130분간 국정 현안을 논의했다. 2022년 5월 10일 윤 대통령의 취임 이후 23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전국민 25만 원 긴급민생회복조치를 간판 의제로 언급한 뒤 정치권 안팎에서 예상했던 대부분의 의제를 논의 테이블에 올리며 조목조목 정부를 비판했다.
이른바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양평 고속도로 의혹·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주가조작 의혹)로 불리는 쟁점을 비롯해 △R&D(연구개발) 예산 복원 △의료개혁 협력 △연금개혁 △저출산 및 재생에너지 정책 재편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 전환 등 다양한 의제를 언급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유감 표명 역시 포함됐다.
윤 대통령은 29일 오후 2시부터 용산 대통령실 2층 집무실에서 이 대표와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회담은 원탁 테이블에서 차담 형식으로 의제 제한 없이 이뤄졌다. 시간제한을 두지 않기로 하면서 회담 시간은 2시간 14분까지 늘었다. 배석자는 각각 3명씩으로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민주당에서는 진성준 정책위의장, 천준호 대표비서실장, 박성준 수석대변인이 동석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 간단한 인사말을 나눈 뒤 준비해온 A4 원고를 읽어나갔다.
이 대표는 "가뭄이 들면 얕은 웅덩이부터 말라가는 것처럼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 중에서도 서민들, 소상공인, 자영업자, 골목이나 지방이 더 어렵다. 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라며 "지역 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 골목상권이나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 지원금은 꼭 수용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이 대표의 선거 공약이었던 전국민 1인당 25만 원 지급을 수용과 추경 예산을 수용해달라는 요청으로 풀이된다.
지난 2년간 9번 이어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대통령의 유감 표명도 요구했다. 이 대표는 "행정 권력으로 국회와 야당을 혹여라도 굴복시키려 하시면 성공적인 국정은 쉽지가 않을 것"이라며 "국정 기조 전환을 요구하는 총선의 민의를 존중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나 특검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해 유감 표명과 함께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라는 약속을 해 주시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이고, 또 정중하게 요청드리는 바"라고 강조했다.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해선 김건희 여사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는 게 좋겠다"며 에둘러 요청했다. 이채양명주 중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의제는 제외하지 않겠냐는 예상을 뒤엎고 민감한 의제까지 빠짐없이 포함했다.
민주당이 5월 본회의에서 통과 의지를 내비쳐온 채상병 특검과 관련해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제1 책무"라며 "채 해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큰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압박했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을 마치면서 "제가 말씀드린 것이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긴 하지만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며 "국민을 두려워하고 존중하신다면 대통령님과 이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서 저희가 돕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좋은 말씀 감사하다"며 "평소에 이 대표님과 민주당에서 강조해오던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하실 것으로 저희가 예상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이날 회담에는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민주당에서는 진성준 정책위의장, 천준호 대표비서실장, 박성준 수석대변인이 동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