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경 식약처장 취임 2주년 간담회…국내 혁신·해외 규제외교 성과 발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세 번째 혁신을 시도한다. 식약처는 오유경 처장 취임 이후 해마다 규제혁신 과제를 발표하며 정책을 쇄신했다. 국내에서는 민생과 기업 성장을 돕고, 해외로는 ‘규제외교’를 통해 글로벌 식의약 정책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것이 오 처장의 목표다.
식약처는 30일 서울 종로구에서 오 처장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그간 정책 성과와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오 처장은 “2년간 새 정부 국정과제를 추진하면서 불합리한 낡은 제도를 개선 위해 식약처의 자체적인 혁신도 추진했다”라며 “규제혁신 100대 과제(규제혁신 1.0)와 규제혁신 2.0을 통해 180개 혁신 과제를 발굴했고, 약 85%의 추진율을 달성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규제혁신 3.0은 소상공인과 국민 생활에 집중했으며, 조만간 대국민 보고회가 개봉박두”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식약처가 2022년 8월 발표한 규제혁신 100대 과제는 ‘끝장토론’을 진행해 대국민 의견 교환 후 4개 분야에서 확정한 과제로 구성됐다. 신산업 지원이 19건, 민생불편·부담 개선이 45건, 국제조화가 13건, 절차적 규제 해소가 23건 포함됐다. 이 가운데 현재까지 88%가 집행됐다.
지난해 6월 발표한 규제혁신 2.0은 산업 현장에서 정책 수요자의 의견을 듣고 발굴한 5개 분야 80개 과제가 포함됐다. 해당 과제 발굴을 위해 식약처는 식의약 업계 경영자와 소비자·시민단체 등과 간담회, 현장방문, 토론회를 100여회 진행했다. 현재 집행율은 81%다.
올해 새롭게 마련한 규제혁신 3.0은 다음 달 2일 공개할 예정이다. 소상공인의 고충을 해소하고, 국민 생활에 밀착된 4개 분야 80개 과제로 구성했다. 국민 생활 관련 분야 21건, 소상공인 분야 27건, 미래 분야 21건, 디지털 분야 11건 등을 최종 발굴했다.
2년간 추진한 두 차례의 규제혁신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인공지능(AI)을 도입한 행정 시스템이다.
식약처는 해외 직구가 증가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AI 기반 수입식품 검사에 돌입했다. 제품 특성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7종의 AI위험예측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부적합 수입 식품을 예측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운영한 결과, 기존 선별방식보다 부적합 수입식품 예측률이 5.6% 향상됐다.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AI 도입 성과가 가시화됐다. 자율주행 전동식 휠체어 성능평가 기준을 마련했다. 뇌병변 장애인을 비롯한 거동 불편자의 이동 편의성 증진을 위해 4개 분류·17개 품목 등 세부 체계를 고안했는데, 전 세계적으로 자율주행 휠체어 평가 기준을 마련한 규제기관은 식약처가 처음이다. 식약처는 이를 계기로 해당 산업에서 연간 31억 원의 매출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한다.
오 처장은 “AI기반 의료기기 가이드라인은 한국 식약처가 전 세계적으로 선도적인 위치”라며 “최근 생성형 AI기반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인데 EU가 큰 관심을 보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식약처와 EU 측 규제 담당자가 작업반을 구축하고 협력하기로 했으며, 조만간 한-EU공동 AI 의료기기 가이드라인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식약처는 식의약 정보의 접근성을 높이는 작업에도 집중했다. ‘푸드QR’을 도입해 식품의 출처, 성분, 조리법 등의 가독성을 높였다. 또한, ‘의약외품 모바일 간편검색서비스’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며 의약외품 사용법과 주의사항 등을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해외에서는 ‘규제외교’를 병행했다. 이날 오 처장은 2년간 달성한 주요 외교적 성과도 설명했다.
오 처장은 “규제외교를 통해 유럽연합(EU)과 협력을 시작했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기관장과도 6번 만남을 통해 의료제품에서 식품과 화장품까지 교류 분야를 넓혔다”고 말했다.
특히, 식약처는 국내 화장품 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 주요 대형 시장인 미국과 중국의 규제 당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신준수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미국에서는 화장품 규제 현대화법(MoCRA)이란 안전성 평가제도를 도입하고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도 마찬가지로 규제 강화 기조를 보이고 있다”라면서 “FDA 측 담당자가 직접 국내 1300개 화장품 관련 회사를 대상으로 MoCRA를 설명하는 웨비나를 마련했고, 올 7월에 FDA 측이 방한해 현장 설명회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역시 5월에 규제 담당자가 방한해 한국 회사들에 정책을 설명하도록 했고, 식약처와 회의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식약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팎으로 규제기관 사이에서 리더십을 구축하고 있다는 자신감도 피력했다.
오 처장은 “올해 아시아태평양 식품규제기관장 협의체(APFRAS) 제2회 회의를 개최하는데, 참여국이 기존 7개국에서 10개국으로 늘었고, 국제기구도 세 군데 합류했다”며 “최근 싱가포르와 우수의약품제조품질관리기준(GMP) 상호인정협정(MRA)을 체결해 국내 기업들의 싱가포르 진출에 속도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주 EU 보건식품안전총국(DG SANTE), 유럽의약품청(EMA)과 의약품 비공개 정보 교류 비밀 유지 약정을 체결했다”라면서 “식약처와 EU의 실무자가 참여하는 포컬(Focal) 그룹을 결성하기로 했다. 앞으로 각 기관장의 3자 고위급 회담을 정례화해 협력을 견고히 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라고 덧붙였다.
오 처장은 윤석열 대통령 행정부 출범과 함께 부임해 지금까지 식약처를 이끌고 있다. 역대 식약처장의 평균 재임 기간은 약 1.5년, 최장 재임자인 윤여표 제9대 청장이 2년 1개월간 식약처를 이끌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 처장은 곧 ‘최장수 리더십’이 된다.
지난 2년을 돌아보며 오 처장은 “안전관리의 범위는 넓어지고, 혁신 제품은 빠르게 등장하는 상황에서 식품과 의약품 등 안전관리를 총괄하는 규제기관장으로서 무게가 결코 녹록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오 처장은 규제혁신을 연속성 있게 추진한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소상공인의 어려움, 국민의 생활 속 불편을 해소하고, 식의약의 미래를 대비하면서도 디지털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답답한 행정을 선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이번 규제혁신 3.0은 소상공인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문제를 속도감 있게 해결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준비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