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직면‘ 타국과 정반대 상황
수출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다른 아시아 수출국, 통화 가치 하락 압박 직면
미국과 유럽 정치인들은 최근 중국의 과잉 생산으로 세계 경제가 왜곡되고 있다고 견제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당국의 막대한 보조금 등을 등에 업고 제품을 필요 이상으로 생산하고, 이를 저가에 다른 나라에 팔아 치움으로써 다른 나라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차이나쇼크 2.0’의 이면에는 보조금과 과잉생산 이외 또 다른 주요 요인으로 중국 위안화 약세와 디플레이션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짚었다.
위안화의 실질적 약세는 다른 수출국을 희생시키고 중국의 수출을 촉진하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주요 교역 상대국 통화 바스켓 대비 중국 위안화 명목 환율은 최근 고점인 2022년 3월 이후 6% 하락했다.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실질실효환율은 같은 기간 14%나 급락했다. 두 환율의 격차는 국제결제은행(BIS)이 집계를 시작한 1994년 이후 가장 컸다. 다른 나라가 인플레이션으로 허덕이고 있지만, 중국은 디플레이션이라는 정반대 상황에 놓여있다. 이런 점이 중국의 수출 경쟁력 강화라는 숨겨진 이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위안화의 실질 가치 하락은 중국의 수출 증가에 분명히 기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외교협회(CFR)의 브래드 세서 연구원은 “중국 공급망을 이용하는 데는 여전히 막대한 인센티브가 있다”며 “중국은 환율에서 엄청난 경쟁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아시아 국가들은 수출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자국 통화 가치 하락 압박도 강하게 받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올 들어 한국 원화는 미국 달러화 대비 5%, 말레이시아 링깃화는 3%, 베트남 동화는 4.5% 각각 하락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루피아화 약세와 인플레이션 위험을 이유로 지난달 깜짝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일본은 이달 초 엔화 가치 방어를 위해 수백억 달러를 지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