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민심 청취 기능 너무 취약...주변 조언 많이 받았다"
-검찰 장악 비판에 "사법리스크가 있다면 제가 풀 문제" 일축
-민주당 "김주현 수석, 박근혜 정부 때 사정기관 통제 앞장선 인물"
윤석열 대통령이 7일 현 정부에서 폐지한 대통령실 민정수석실을 다시 설치하고, 민정수석비서관에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내정했다. 민정수석실 설치가 사법리스크 방어용이라는 우려와 비판에 대해선 "제가 설명하고 풀어야 한다. 민정수석이 할 일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민정수석실 부활로 대통령실은 3실장(비서실·정책실·국가안보실)·6수석(정무·홍보·시민사회·경제·사회·과학기술)체제에서 '3실장·7수석'체제로 확대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이같은 내용의 조직개편과 인선 내용을 직접 발표하며 신설 배경을 직접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정치를 시작하면서 대통령이 되면 민정수석실을 설치하지 않겠다고 얘기했고, 그 기조를 유지했는데 민심 청취 기능이 너무 취약했다"며 "취임 이후 언론 사설부터 주변의 조언을 많이 받았다. 모든 정권에서 (민정수석실을) 둔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번 이재명 대표와 회담 때도 야당 대표단의 민심 청취 기능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민심이 대통령에게 전달이 잘 안 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민정수석실 복원을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또 "종전에도 공직기강비서관 업무와 법률비서관 업무가 서로 따로 놀고, 비서실장이 법률가 아니기에 수석의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며 "민심 정보라고 하지만, 결국 이 정보를 수집하고 다루는 일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정보를 다루는 부서는 법률가가 지휘하면서 정보 자체가 법치주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기 때문에 역대 정권에서도 법률가 출신, 검사 출신들이 민정수석을 맡아 온 것으로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과거 김대중 대통령께서도 역기능 우려해 법무비서관실만 뒀다가 결국 취임 2년 만에 민정수석실 복원했다. 아무래도 복원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민정수석실은 민심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기관이다.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 당시 폐지됐다가 옷 로비 의혹 사건으로 2년만인 2000년 1월 부활했다.
옷 로비 의혹 사건은 한 재벌가 부인이 당시 외화밀반출 혐의를 받고 있던 남편의 구명을 위해 검찰총장 부인의 옷값을 대납했다는 의혹이다. 해당 사건은 은폐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국민적인 분노로 이어졌고, 정권은 위기에 빠졌다.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특별검사제도(특검)가 도입됐고, 김 전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파장은 청와대 조직개편으로 이어졌다. 청와대 비서실을 축소하기 위해 출범 당시 민정수석을 법무비서관으로 대체했던 김대중 정부는 해당 사건으로 민심이 극도로 악화하자 민심 청취를 위해 민정수석실을 확대 개편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4·10 총선 참패 이후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2년 만에 민정수석실을 부활시켰다.
다만 야당에선 이번 민정수석실 신설을 두고 사법리스크 방어용이라고 비판해왔다. 대통령실이 채상병 특검 등 향후 몰아칠 사법 이슈에 대응해 검찰을 장악하기 위한 사실상 방탄용이라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은 이같은 우려에 대해 "국민을 위해서 설치한 것"이라며 "사법리스크가 있다면 제가 해야 할 문제다. 저에 대해서 제기된 게 있다면 제가 설명하고 풀어야지 민정수석이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나 최민석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민정수석실 신설 발표 직후 "민심은 핑곗거리"라며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 후 약화하는 사정기관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그간 민정수석실이 검찰, 경찰 등 사정기관을 통제하며 중앙집권적인 대통령제를 강화하는 데 활용돼 왔고, 이번에도 그렇게 쓰일 것이라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특히 "김주현 민정수석은 박근혜 정부 법무부 차관으로 우병우 민정수석과 함께 사정기관 통제에 앞장섰던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신임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은 서라벌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나와 28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89년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했다. 김 수석은 대검찰청 혁신기획과장,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법무부 검찰국장 등 법무부와 검찰 내 요직을 거쳤다.
이날 김주현 신임 수석은 "가감 없이 민심을 청취해 국정 운영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 정책 현장에서 이뤄지는 우리 국민의 불편함이나 문제점 이런 것들이 있다면, 국정에 잘 반영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김 신임 수석이 윤석열 정부 첫 민정수석인 데다 야권이 추진하는 각종 특검을 고려할 때 책임이 막중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