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서울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주택 단기 매도(일 년 내 매도)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단기 매도 비중 확대는 집값 상승 기대감이 하락할 때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다. 최근 서울은 집값 내림세를 멈추고 아파트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보이는 등 온기가 확산하고 있지만, 서울 밖 부동산 시장 심리는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는 모양새다.
7일 법원 등기정보광장 통계 분석 결과 지난달 경기와 부산, 대구 등 서울을 제외한 전국 주요 지자체에선 집합건물 단기 매도 비중이 1월 대비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집합건물은 아파트나 오피스텔, 빌라(연립·다세대주택)를 모두 포함한 주택 개념이다.
지역별로는 경기지역의 집합건물 일 년 내 단기 매도 비중은 1월 2.8%에서 지난달 3.6%로 0.8%포인트(p) 상승했다. 이 비중은 지난 3월 3.7%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달 3.6%로 두 달 연속 3% 이상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3.0%) 이후 5개월 만에 3%대를 기록한 것이자 지난해 7월(3.5%)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해 들어 우상향 추세가 뚜렷하다.
주요 지방 광역시에서도 단기간 내 주택을 내다 파는 실소유자의 비중이 늘고 있다. 대구의 경우 1월 3.3%에서 지난달 4.4%로 1.1%p 급등했다. 대구는 지난해 7월 이 비중이 4.4%를 기록한 뒤 지난해 11월 2.9% 수준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선 재차 상승하고 있다.
부산 역시 지난달 3.8%로 연초 대비 상승세다. 부산은 지난해 5월 5.8%까지 주택 단기 매도 비중이 늘었지만, 지난해 12월에는 2.4%까지 하락하면서 매도세가 잦아들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선 꾸준히 3% 이상을 기록하면서 우상향 중이다.
이 밖에 충남은 1월 4.7%에서 지난달 4.9%로 0.2%p 늘었다. 또 전남은 5.2%에서 5.5%로 0.3%p, 경남은 3.5%에서 3.8%로 0.3%p 늘었다. 전북은 이 기간 2.9%에서 5.6%로 2.7%p 급등했다.
이렇듯 서울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주택 단기 매도 비중이 늘어난 것은 무엇보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식은 영향으로 해석된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2일 발표한 4월 다섯째 주(지난달 29일 기준)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6주 연속 올랐지만, 전국 기준 매맷값은 23주 내리 하락했다. 앞으로 집값 상승세를 가늠할 수 있는 아파트 매매수급지수 역시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서울은 전주 대비 1.2p 오른 91로 2022년 5월 이후 2년 만에 90선 이상을 기록했다. 하지만, 전국 기준으로는 전주 대비 0.3p 오른 89.4에 그쳤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주택을 단기간 내 파는 행위는 그만큼 집값 상승 기대감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며 “특히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아직도 부동산 경기가 어렵다는 것을 뜻하고, 집값 상승분이 없다시피 한 지역은 경우 단기 시세 차익이 없으면 양도소득세를 걱정할 일도 없어 더 쉽게 매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 기조도 주택 매수자의 단기 매도를 부추기는 모양새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3.85~6.84% 수준이다. 최근 3개월 사이에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은 약 0.184%p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지난 1월만 하더라도 상반기 중 미국 금리 인하가 확실시됐지만, 최근에는 연내 인하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우리나라 역시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후퇴하면서 대출 비중이 큰 매수자의 ‘손절’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 교수는 “금리 하락 기대감도 많이 사라져 앞으로 지방을 중심으로 주택 단기 매도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