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외환보유액 60억 달러 가까이 줄어…2022년 9월 이후 최대폭 감소
“미 달러화 강세 등 일시적 요인 결합”…전문가 “우려할 상황 아니야”
한은은 7일 ‘2024년 4월말 외환보유액’ 보도자료를 발표하면서 ‘외환보유액은 대외충격 대응에 충분한 수준’이란 내용을 첨부했다. 한은은 “현재 외환보유액은 GDP의 25%로 OECD 평균(17.5%, 2020년 기준)을 상회하고, 세계 9위 수준으로 외부충격에 대응하는 데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매달 한은은 전월 외환보유액 통계를 발표한다. 통상적으로는 외환보유액의 전월대비 증감규모와 그 배경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외환보유액의 적정성 여부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은 이례적인 것이다.
한은이 외환보유액의 건전성에 대해 대외적으로 입장을 발표한 배경에는 지난달 외환보유액 감소폭이 컸기 때문이다.
지난달 외환보유액은 전월말 대비 59억9000만 달러 감소한 4132억6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감소폭은 지난 2022년 9월 196억6000만 달러 감소한 이후 가장 크다. 당시에도 한은은 직접 기자설명회 실시했다. 2022년 10월에 한은은 ‘2022년 9월말 외환보유액’을 발표하면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현재 외환보유액은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환보유액이 1년 7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하자 또다시 한은이 직접 적정성에 대해 입을 연 것이다.
한은은 이번 자료를 통해 “‘보유액 대비 단기외채’나 ‘경상지급액 대비 보유액’ 등 적정성 지표도 과거 위기시 대비 양호하다”며 “또한 과거 외환위기(1997년)·금융위기(2008년) 때와 달리 순대외자산국으로서 외환보유액 외에도 대외충격 흡수 가능한 추가적인 버퍼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이 발표됐던 점을 고려한 측면도 있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지난달 1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에 1400원(종가 1394.5원)까지 상승했다. 환율이 1400원까지 오르자 외환당국인 기획재정부와 한은은 장후반에 “외환당국은 환율 움직임·외환수급 등에 대해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구두개입에 나섰다. 이날 기록한 1400원은 장중 고가 기준으로 2022년 11월 7일에 기록한 1413.5원 이후 최고치였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4월 중에 원·달러 환율이 굉장히 크게 올랐고, 그 과정에서 구두 개입도 했다”며 “한은이 외환시장에 실개입을 했느냐 안했느냐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큰 가운데 외환보유액이 줄었다. 앞으로도 상황에 따라 개입할 여력이 있는지 등에 대해 여러가지 (시장의) 궁금증이 생길 수가 있을텐데, 그런 측면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수준이 적정하다고 진단했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외환건전성에 문제는 없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무역 적자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도 아니고, 외화 유출이 단기적으로 크게 일어날 부분도 없다”며 “단기적으로 우리나라 외환 건전성이 우려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다시 돌파할 거라고 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외환보유액 수준,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에는 문제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무역수지와 경상수지인데 계속 흑자가 나오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