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품에 안기는 한온시스템…‘실탄 확보 vs 폭탄 장전’

입력 2024-05-0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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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옥 전경.

국내 1위 타이어업체인 한국타이어테크앤놀로지(한국타이어)가 글로벌 2위 자동차용 열에너지 솔루션 업체 한온시스템을 인수한다. 이번 경영권 인수로 한국앤컴퍼니그룹이 자동차 타이어와 배터리에 이어 열관리시스템 분야까지 아우르는 종합 자동차부품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긍정적 시각이 있는 반면, 고금리로 기업 경영상 현금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현금 소진 위험만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지난 3일 이사회에서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의 한온시스템 지분 25%와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되는 신주 12.2%를 인수하는 데 참여하기로 결의했다. 구주 인수와 유상증자 등에 투입되는 금액은 1조7330억 원으로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한국타이어는 한온시스템의 지분 50.5%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주요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지분이 불어나면서 한국앤컴퍼니는 국내 재계 30대 그룹에 진입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인수로 한국앤컴퍼니의 자산총액은 약 26조 원까지 불어날 예정이다. 한국타이어는 작년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8조9396억 원과 1조3279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한온시스템은 코로나19 이후 위축된 전방산업 수요가 회복을 찾지 못하고 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차질로 원재료, 운반비까지 상승하면서 벌어들이는 현금에 비해 설비투자, 금융비용 등에 따른 자금 유출이 심화한 영향이다.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동사 친환경차 부품 규모의 경제 달성 시점도 이연되고 있다.

완성차 업체 신차 개발에 대응한 연구개발비와 연평균 6000억 원 내외의 시설설비(CAPEX) 비용 등 자금 유출은 심화하고 있다. 작년 말 한국신용평가는 한온시스템(AA-)의 선순위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며 "근원적인 이익창출력 제고를 위해서는 친환경차 부품 수요 증가로 생산 설비의 가동률이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수가 한온시스템의 재무건전성과 차입금 개선에는 긍정적 영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 한국앤컴퍼니 브랜드 계열사로서 로열티가 증가하는 효과도 나온다. 한온시스템의 한국타이어 유상증자로 유입되는 현금 약 3650억 원을 통해 채무상환과 운영자금에 각각 2000억 원, 1651억 원씩 사용할 계획이다.

문제는 한국타이어의 현금 흐름 상황이다. 한국타이어는 2026년까지 미국 테네시 공장 2단계에 약 2조1000억 원, 2027년까지 헝가리 공장 증설에 약 8000억 원을 투입한다. 연간 3000억~4000억 원 규모의 경상적인 투자가 지속하는 셈이다. 이를 통해 2026년까지 연간 투자규모는 약 1조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이후 한국타이어는 운전자본투자 감소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 규모를 이어왔지만, 향후 3년간 대규모 투자가 예상되면서 재무안정성 유지 불확실성이 커진 셈이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자동차 부품사 경쟁 심화, 인플레이션 지속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압력도 투자 부담에 대한 대응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이날 하나증권과 대신증권은 한국타이어에 대한 리포트를 발표하며 목표주가를 일제히 7만 원 아래로 하향 조정했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타이어는 시너지 효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순현금 1조8000억 원을 소진했다"며 "실적과 보유 현금에 기반한 주주환원 기대감이 지속해온 상황에서 현금 소진에 따른 센티멘털(투자심리) 악화와 밸류에이션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한국타이어 주가는 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16.98%(8950원) 떨어진 4만3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도 행렬이 하락세를 이끌었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26일부터 6거래일 연속 한국타이어 매도를 이어오고 있다. 한온시스템도 13% 넘게 하락한 5620원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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