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액 평균 52만 원, 금리 연 5.9%...한 달 이자 7200원 꼴
햇살론, 햇살론뱅크, 햇살론유스 등 서민정책상품도 부실 위험
대위변제액 늘어나고 대위변제율은 지속 상승세
3고(고금리와·고물가·고환율) 현상과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신용점수 하위 20% 대상 서민금융 상품인 ‘소액생계비대출’ 연체율이 1년 새 7배 가까이 급등했다. 금융 취약계층인 20대 5명 중 1명은 한 달에 평균 7000원 수준인 소액대출 이자도 내지 못하는 한계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 정책금융상품의 대위변제액과 대위변제율도 크게 오르는 등 취약계층의 부실 위험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12일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민금융진흥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소액생계비대출 연체율은 15.5%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6월 말 2.1% 대비 7배 이상 치솟은 것이다.
연령별로는 금융 취약계층으로 꼽히는 20대 이하(만19세 포함) 연체율이 21.1%로 가장 높았다. 전체 연체율 15.5.%보다 5.6%포인트(p) 높고 50대 연체율(12.5%)의 2배에 육박했다.
지난해 3월 출시한 소액생계비대출은 저신용자에게 급전 빌려주는 정책금융 상품이다. 신용점수 하위 20%, 연 소득 3500만 원 이하 성인에게 연 15.9% 금리로 최대 100만 원을 대출해준다.
매달 이자만 갚은 뒤 원금은 만기에 한 번에 상환할 수 있어 무직자, 주부, 학생 등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 1분기 기준 평균 대출액 54만 원, 매월 평균 이자는 약 7155원이다.
정부가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서민 정책금융상품의 대위변제액과 대위변제율도 급증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금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햇살론15의 대위변제율은 22.7%에 달했다. 햇살론 15는 최저신용자에게 연 15.9%의 금리로 최대 2000만 원까지 빌려주는 금융상품이다.
대위변제율은 대출받은 차주가 원금을 상환하지 못했을 때 서민금융진흥원 등 정책기관이 은행에 대신 갚아준 금액의 비율이다. 예를 들어 대출 변제율이 22%라는 건 총 100만원을 대출해주면 22만원을 떼이고, 대출 보증기관인 서금원이 대신 돈을 갚아줘야 한다.
대위변제율은 지난해 처음으로 20%를 돌파해 작년 말 21.3%를 기록한 이후 3개월 만에 1.4%p 상승했다. 같은 기간 대위변제액은 1284억 원이다. 대위변제액은 원금을 상환하지 못한 차주를 대신해 정책기관이 은행에 대신 갚아준 금액이다.
같은 기간 만 34세 이하 청년층을 대상으로 최대 1200만 원을 내주는 서민금융상품 ‘햇살론 유스’의 대위변제액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1280억 원을 기록 누적변제율(9.6%)이 연내 1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대위 변제액은 5050억 원으로 전년(2570억 원)의 2배 가까이 불었다.
저소득·저신용자 중 상환 능력이 상대적으로 양호해 1금융권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햇살론뱅크’ 역시 올해 1분기 9.8%의 대위변제율을 기록했다. 저신용 근로소득자가 이용할 수 있는 근로자햇살론의 대위변제율도 12.5%로 2021년(10.6%)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김기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젊을수록 자산 마련이 안 돼 있어 상환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생애주기 초기부터 부채 문제가 생긴 청년들이 많아지는 것은 개인적인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국가적 부담이 커진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그는 이어 “(현재 경제여건)절박한 상황 국가, 시민단체 등 공공영역에서 뒷받침해 주지 않으면 해결할 길이 없는 만큼 청년 부채가 악화하는 일은 정부가 나서서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