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행정법원 제8부(재판장 이정희 판사)는 원고 A 씨가 정부를 상대로 청구한 납세의무 부존재확인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하며 이같이 결정했다.
2014년 마포세무서는 유흥주점 사업자등록이 돼 있던 B 씨에게 4차례에 걸쳐 2억7000여만 원의 개별소비세를 부과했으나 납부되지 않았다.
마포세무서장은 그해 6월 체납액을 원인으로 B 씨 소유의 안양시 만안구 아파트를 압류했다.
B 씨가 2015년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고, 이후에도 개별소비세가 납부되지 않아 2022년 5월 기준 가산금액을 더한 최종 개별소비세는 4억7000여만 원으로 늘어났다.
B 씨 소유였던 안양시 만안구 아파트가 2022년 4월 공매공고 목록에 오르자 B 씨 아들인 A 씨가 이 같은 처분에 불복하며 심사를 청구했고, 국세청장이 기각 결정을 내리자 이번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A 씨는 2014년 당시 개별소비세 납세고지서가 아버지인 B 씨가 아닌 경비원에 송달됐기 때문에 공시송달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경비원은 국세기본법이 규정한 '송달받을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버지 B 씨가 명의를 도용당했을 뿐 실제로 유흥주점을 운영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4년 마포세무서장이 B 씨 사업장 주소로 발송한 납세고지서를 경비원이 수령했으나, 이후 반송되지 않은 점을 들었다.
재판부는 “해당 건물에 송달되는 우편물 등을 관례적으로 경비원이 수령해온 것으로 보이고 입주민들이 그 수령권한을 경비원에게 묵시적으로 위임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 경우 “경비원이 납세고지를 수령한 날 납세고지서가 적법하게 납세의무자에게 송달됐다고 본다”는 대법원 판례도 명시했다.
재판부는 개별소비세 체납으로 인해 2014년 B 씨가 거주하던 안양시 만안구 소재 아파트가 압류됐음에도 그로부터 9년이 흐른 2022년까지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다가, 아파트 공매공고가 난 뒤에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B 씨의 명의가 도용당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B 씨가 이 사건 사업장을 사업자등록신청할 때 마포세무서 민원봉사실을 직접 방문해 본인 신분증을 제출했고, 사업자등록신청서에 기재된 글씨는 망인의 자필인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또 “2014년 5월 동대문세무서 민원봉사실을 내방해 납세증명서를 발급받고자 했는데 당시 이 사건 사업장의 개별소비세가 체납된 상태였기 때문에 납세증명서를 발급받지 못했다”면서 “B 씨는 해당 체납 사실을 인지했을 것으로 보이고 그럼에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