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헌 부동산부장
정부 공급확대책 야당에 발목잡혀
집값급등 대비 협치 공감대 ‘절실’
지난해부터 고금리 기조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확대, 시장 경색, 공사비 급등 등 복합적인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경제 여건 등에 따라 주기적으로 오르내리는 수치다 보니 그럴 수도 있다 싶지만 이 같은 수치들을 배경으로 아파트 착공 및 인허가 수가 급감하고 있어 2~3년 후 주택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토연구원 연구진이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공급 계획 대비 실적(인허가)은 전국 기준 82.7% 수준에 불과했다. 서울은 32.0%로 매우 저조했다.
지난해 인허가 실적은 평균치에 크게 못 미쳤다. 2005년부터 2022년까지 평균 인허가 실적에 비해 지난해 수도권 실적은 인허가 69.0%, 착공 47.2%, 준공 82.2%이었다.
비수도권의 실적은 인허가 79.5%, 착공 47.5%, 준공 65.5% 수준으로 전국과 유사하게 착공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서울은 인허가 37.5%, 착공 32.7%, 준공 42.1%로, 모두 50%도 넘지 못해 전국 실적과 비교해서도 매우 낮았다.
다른 기관에서 내놓은 수치도 비슷한 모습이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2025년부터 2027년까지 향후 3년간 전국에서 45만2115가구가 입주를 앞둔 것으로 조사됐다. 이전 3년(2022∼2024년)간 입주물량 103만2237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수치상으로는 충분히 몇 년 후의 주택 공급 절벽 사태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시장의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리먼 사태 이후 인허가 물량이 감소해 공급절벽이 올 것이라는 우려에도 수년간 집값이 오르지 않았다는 근거로 일부에서는 공급 절벽 우려가 기우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저금리 기조와 정부의 규제 완화 폭이 지금보다 우호적인 상황이었음에도 경기 침체의 골이 깊었던 영향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정부는 1·10 대책을 통해 공급에 속도를 내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담았다.
문제는 이 대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한 주요 정책들이 대부분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정비사업에 대한 안전진단 완화, 재정비촉진지구 노후요건 완화, 단기 등록임대 복원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들 제도는 법 개정 사안인 만큼 절대 다수를 차지한 야당의 동의 없이는 제대로된 실효성을 갖기 힘들다.
이번 정부가 임기 초부터 추진해 온 다주택자 중과세율 완화, 양도소득세·취득세 중과 폐지 및 감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도 야당의 ‘부자감세’ 프레임에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고,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의 규제 완화 역시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논리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지금 공급절벽을 막기 위한 초당적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결국 수년 후 다시 공급부족으로 인한 집값 급등은 불 보듯 뻔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집값 급등은 서민 주거 불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국가적 재난 사태로 인식되는 ‘저출생’ 문제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때문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부터 논의를 시작해 공급절벽을 막기 위한 다양한 방안으로 협의의 장을 넓혀야 할 것이다.
추가 대책도 속도를 내야 한다. 현재 수도권의 부동산 시장은 정부 설명처럼 청약 수요가 살아나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의 경우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이를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이 하루 빨리 나와야 한다.
정부는 공급 과정에서 막힌 단계가 어디인지 냉정하게 파악한 후, 단기와 중장기 방안으로 나눠 쓸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면 과감히 도입해야 한다. 한시라도 빠른 결정이 훗날 주택 공급절벽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