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영화 대상 자막 제작 의무화하려면 '영비법' 개정해야
자막 '제작'만 의무화…영화관서 많이 '상영'해야 의미 있어
정부가 관장하는 모태펀드(영화계정) 투자를 받는 영화에 청각장애인을 위한 한글자막 제작이 의무화된다.
1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영화진흥위원회는 모태펀드 투자작 대상 영화에 대한 청각장애인 자막 제작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정부 지원을 받은 한국영화에 한글자막이 제공돼 청각장애인들이 최신영화를 개봉일에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영진위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모태펀드 출자를 받는 작품의 경우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을 반드시 제작하도록 의무화해 놓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장애인을 위한 한글자막ㆍ화면해설 등은 영화가 개봉하고 한 달 뒤에 제작됐다. 지난해 7월 개봉한 '밀수'부터 시작해 '더 문', '1947 보스톤' 등 세 편이 한글자막으로 개봉된 바 있다. 세 편은 모태펀드가 아닌 '가치봄 상영'의 일환으로 개봉일에 맞춰 한글자막 등이 제공된 경우다.
가치봄은 '같이 본다'라는 의미의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영화를 뜻한다. 시ㆍ청각장애인의 영화 관람권 향상을 위한 영화인 셈이다.
가치봄 상영을 위한 협의체에는 주요 극장(CGVㆍ롯데시네마ㆍ메가박스)과 투자ㆍ배급사(CJ ENMㆍ롯데엔터테인먼트ㆍNEWㆍ쇼박스ㆍ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한국농아인협회,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등이 참여했다.
모태펀드 투자작에 대해 영진위 관계자는 "작년 말에 펀드가 조성됐고, 실질적으로 투자를 진행하는 건 올해 초"라며 "현재 영화계정을 통해 지원받은 작품이 개봉되진 않았다. 올해 하반기에 개봉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작품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모태펀드 투자작이 아닌 전체영화를 대상으로 자막 제작을 의무화하려면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을 개정해야 한다.
영비법 제38조(장애인의 영화 향유권)에 따르면, 영화업자는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폐쇄자막, 한국수어 통역, 화면해설 등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노력'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법은 강제성이 없다. 현재는 방송 사업자와 OTT 사업자들에게만 자막 의무화가 부여된 상황이다. 우선 영진위는 모태펀드 투자작에 한해서라도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 의무화를 시행할 예정이다.
한편 정부 지원작에 한해 한글자막 제작이 의무화됐지만, 그렇게 제작된 영화를 상영할지 말지는 극장의 자율이다.
영진위 관계자는 "한글자막이 제공된 영화를 극장에서 많이 상영할 수 있도록 관련 업계와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