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테무의 공습…싼값에 샀다가 뒤통수 맞는다고? [이슈크래커]

입력 2024-05-14 16:17수정 2024-10-23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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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알리익스프레스)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가 장기화하면서 가계 부담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가성비'를 중시하는 경향이 확산하고 있는데요. 같은 제품이더라도 조금 더 저렴한 가격을 찾던 이들에게 포착된 플랫폼이 있습니다. 바로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등 중국 e커머스(C커머스)입니다.

알리, 테무의 핵심 키워드는 '초저가'입니다. 생활용품은 물론, 의류와 문구·완구, 청소 도구 부문에서 초저가 상품을 쏟아내면서 국내 시장을 공략한 건데요. 특히 알리는 한국 상품만을 모아놓은 전문관 K-베뉴를 선보이면서 중국산 초저가 상품에서 나아가 한국의 신선식품, 가전제품까지 영토를 확장하고 나섰죠.

그러나 '결국 싼 게 비지떡'이었냐는 의문도 나옵니다. 알리와 테무에서 팔리는 어린이 제품에서 기준치 수백 배에 달하는 발암물질이 검출되는 등 제품 안전성 문제 등으로 비상이 걸린 건데요. 각종 논란에도 알리와 테무의 거센 공세에 국내 유통 시장이 잠식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합니다.

▲중국 대형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의 해외 쇼핑 앱 테무의 로고가 홈페이지 앞 휴대폰 화면에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초저가' 내세우는 알리·테무…파격적인 가격, 어떻게 가능할까?

알리는 2018년 한국 시장에 처음 진출했습니다. 2022년 11월엔 한국 전용 고객센터를 차리더니, 지난해 10월엔 K-베뉴를 만들어 입점·판매 수수료를 면제하면서 입점 판매자를 늘렸습니다. 중국산 초저가 상품에 할인을 더하고, 현금성 쿠폰을 뿌리는 프로모션에 무료 배송 및 반품 서비스, 유명 배우를 모델로 한 광고를 내보내는 등 그야말로 공격적인 마케팅에 사활을 걸었죠.

테무는 이런 알리의 성공적인 한국 시장을 목격한 뒤인 지난해 7월 국내에 공식 진출했습니다. 테무 역시 저렴한 상품에 할인, 쿠폰 제공, 무료 배송 등과 같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한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 나가는 중입니다.

알리와 테무의 성장은 수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달 시장분석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해 4월 1일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알리와 테무 등 양대 중국 직구 쇼핑몰은 한국에서 2조9234억 원의 결제액을 기록했습니다. 이 수치는 신용카드, 체크카드 등 소비자 결제내역에 표시된 내용만 기준으로 합니다. 법인카드, 기업 간 거래, 간편결제로 결제한 금액까지 포함하면 3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죠.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이후 결제액이 빠르게 늘어난 알리는 중국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가 있었던 지난해 11월에만 월 결제액이 4000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올해는 1분기에만 8196억 원이 결제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0% 급증했죠.

테무의 성장세도 무서웠습니다. 국내 진출 당시 월간 10억 원이던 결제액이 연말엔 200억 원에 육박했는데요. 지난달엔 전월 대비 2배가량 신장한 463억 원의 결제액을 찍었습니다.

성장에 박차를 가할 심산이었을까요. 알리의 모기업 알리바바그룹은 한국 내 사업을 확대하고자 3년간 11억 달러(1조5000억 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서를 한국 정부에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3월엔 K-베뉴에서 1000억 원 상당의 쇼핑 보조금을 지원하는 '1000억 페스타'를 열었고, 10억 원 상당의 전용 쿠폰을 제공하는 '10억 팡팡 프로모션'을 준비하기도 했죠. 여기에 K-베뉴 입점사의 수수료 면제 혜택은 다음 달까지 지속하고, 국내 판매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추가 발표했습니다.

알리와 테무가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내놓을 수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애초 중국 내 제조원가가 낮고, 관세와 부가세도 면제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업계더라도 가격 경쟁이 쉽지 않은 구조입니다.

중국은 저렴한 인건비와 생산 인프라로 전 세계의 '제조공장' 역할을 해왔습니다. 알리나 테무 같은 C커머스 업체들은 중국의 생산공장과 세계의 소비자를 곧바로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데요. '직구' 형태이기 때문에 150달러 이하로 소비자들이 구매할 경우 관세, 부가세가 면제됩니다. 또 중국 업체가 판매하는 제품들은 국내 제품의 국가통합인증(Korea Certification·KC) 인증도 받을 필요가 없어 KC인증 비용, 폐기물 부담금 등에서도 자유롭습니다. 애초에 국내 업체들과는 출발선부터가 다르기에, 파격적인 가격이 가능하다는 거죠.

▲알리익스프레스 등 해외직구 제품 안전성 조사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된 제품들. (연합뉴스)

"성장세 유지 쉽지 않을 것" 전망 나오더니…유해성·개인정보 유출 등 문제 쏟아져

그러나 유통업계에선 알리와 테무가 인기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습니다. 호기심에 일회성으로 물건을 사는 고객이 많은 만큼,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이용자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었죠.

실로 알리의 한국 이용자 수는 3월 887만1000여 명에서 지난달 858만9000여 명으로 28만2000여 명(-3.2%) 줄었습니다. 테무 이용자도 같은 기간 829만6000여 명에서 823만8000여 명으로 5만7000여 명(-0.7%) 감소했죠.

가품, 저품질, 개인정보 유출 등 지속적인 논란에 따라 성장세가 한풀 꺾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실로 최근 알리, 테무에서 비롯된 문제는 한둘이 아닙니다.

관세청이 최근 알리와 테무 등에서 판매 중인 어린이 신발·학용품·장난감 등 252종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38종에서 유해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38종 가운데 27종에서 기준치 대비 최대 82배의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나욌죠.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장기간 접촉하면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어린이 제품에 사용이 금지된 환경호르몬입니다.

6점에서는 1급 발암물질인 카드뮴이 나왔습니다. 검출된 카드뮴 함량은 기준치 대비 최대 3026배에 달했죠. 5점에서는 기준치 대비 최대 270배의 납이 검출됐습니다.

서울시 조사에서도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어린이용 완구·학용품 제품에서 기준치 158배에 달하는 유해물질이 검출된 겁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도 중국에서 수입된 어린이용 가방·가죽 신발·완구 등이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8개 제품에 대해 리콜 명령을 내렸습니다.

여기에 모든 제품이 '초저가'인 줄만 알았던 알리의 생활필수품 가격이 국내 온라인몰보다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나며 소비자들의 뒤통수를 때리기도(?) 했습니다. 6일 한국소비자원이 지정한 생필품 30개 품목을 대상으로 알리와 국내 이커머스의 최종 표시 가격을 비교한 결과 알리에서 더 비싸게 팔고 있는 상품이 수두룩했죠.

여기에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알리와 테무를 이용하려면 업체가 제시한 약관에 무조건 동의해야 합니다. 알리의 경우 ‘개인정보 국외 제3자 제공’과 ‘개인정보 해외 이전’ 약관에 동의해야 하는데요. ‘급박한 생명·신체·재산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명백히 인정되는 경우에는 동의 없이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테무도 배송 주소, 연락처 정보 등 개인정보를 테무의 국내 법인(웨일코 코리아)뿐만 아니라 자회사 및 제휴사와 공유할 수 있도록 약관에 규정해놨죠.

일각에서는 '초저가 상품을 미끼로 국내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확보하는 셈'이라는 지적도 내놓고 있습니다.

▲테무의 한국법인인 웨일코 코리아 퀸선 대표이사(왼쪽부터),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국소비자연맹에서 열린 해외 온라인 플랫폼 자율 제품안전 협약식에서 협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위, 알리·테무와 자율제품안전협약 체결…'기울어진 운동장' 해결 촉구 ↑

문제가 끊이질 않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알리, 테무와 안전 관련 자율협약을 맺고 위해상품 차단에 나섰습니다. 우리 정부와 시민단체가 모니터링한 위해 제품을 알려주면 알리와 테무가 판매를 차단하고, 그 결과를 정부에 회신하는 방식입니다. 공정위는 여기서 위해제품으로 지정된 제품이 다시 유통되는지도 살필 계획입니다.

그러나 이는 자율 협약인 만큼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 유해 제품의 국내 반입을 막겠다는데 의의가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만큼 실효성을 장담할 수는 없는 실정이죠.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자율 협약 실효성과 관련해 “자율 협약 추진은 그간 EU나 호주 등에서도 일정한 효과가 있었다”라면서 “근본적인 소비자 안전 강화를 위해 소비자 안전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플랫폼 사업자에게 일정 책임을 부여하는 법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중국 업체들이 국내법 적용에서 벗어나 무분별한 확장을 하는 만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C커머스의 한국 시장 공력이 치열한 가운데, 유통업계에서는 각종 규제에 손발이 묶였다는 겁니다.

알리와 테무는 '광고' 표기 없이 광고성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앱 푸시, 이메일 등을 보낸 것으로 파악돼 논란이 빚은 바 있습니다. 테무는 앱을 설치·실행할 때 스마트폰 앱 접근 권한을 고지하지도 않아 비판받기도 했는데요. 국내 일부 이커머스 업체가 광고 표시 없이 광고성 앱 푸시를 보냈다가 과태료 처분을 받았던 것과는 달리, 이들 업체는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0일 개최한 ‘제1차 유통산업 미래포럼’에서도 국내 유통업계 대표들은 중국 업체와 역차별 해소를 촉구하고 나섰죠. 온·오프라인 채널 규제가 불공평하다는 지적도 이어졌습니다.

대형마트의 주말 의무휴업 규제를 완화하고 새벽 배송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유통산업법 개정안은 2021년 발의됐지만, 여야 간 이견으로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3년째 국회에 계류 중인데 지난해 8월과 12월 두 차례 논의되는 데 그쳤죠.

개정안이 21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되는데요. 22대 국회에서 법안 발의 작업부터 원점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즉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고, 국회 내 논의를 거치는 등 모든 절차에 행정력을 재차 쏟아부어야 한다는 거죠.

21대 국회 임기가 이달 29일까지인 만큼 해당 개정안도 자동 폐기될 전망인데요. 정부는 C커머스의 급성장으로 관련 법안 필요성이 커지자, 22대 국회가 열리는 대로 유통법 개정안을 다시 발의할 계획입니다. 다만,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는 만큼 이번에도 법안 논의부터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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