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집행정지 '기각'...대학들, 학칙 개정 ‘속도’
늦어도 내달 초까지 2025학년도 모집요강 발표
의료계의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27년 만의 의대 증원이 사실상 확정됐다. 대학들은 이를 위한 학칙 개정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의대 입시를 준비 중이던 수험생들은 의대 정원 확대로 인한 역대급 반수생 유입에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 부장판사)는 의대생과 교수, 전공의 등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의 항고심에서 기각 및 각하했다.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의대 증원 정책은 탄력을 받게 됐다. 2025학년도 의대 학부 정원은 최대 1509명 늘어나고 전국 39개 의대(의학전문대학원인 차의과대 제외)의 2025학년도 최종 선발 인원은 4487명으로 확정됐다. 지난달 30일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취합한 결과다.
법원 결정을 지켜보던 일부 대학들도 의대 증원을 위해 학칙을 개정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대교협 대입 전형 심의위원회는 ‘대입전형시행계획’을 승인하고 각 대학에 통보한다. 대학들은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 모집요강을 발표한다.
대학들은 법원의 이 같은 결정에 증원 작업을 이어갈 명분은 생기지만, 의대생·교수들의 집단행동은 더욱 격화될 수 있어 마냥 환영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집단유급 사태뿐 만아니라 의대생교육, 인턴수급 등 법원의 판단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뚜렷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의대생들의 학사관리 문제도 불거지는 모양새다. 전국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의사 국가시험 일정 연기 등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의대생 특혜’ 논란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일부 대학에서 원격수업을 확대해 출석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온라인 대학 커뮤니티의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의대 입시를 준비 중인 수험생들의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종로학원 측은 법원이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입시업계에서는 반수생이 늘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또 △킬러문항 배제 2년 차 △의대 모집정원 확대 △향후 반수생 수준에 등에 올해 수능 난이도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대 지역인재전형 대폭 확대로 비수도권 내신 우수 학생들이 대입 반수에 몰릴 수 있는 상황도 예상된다.
내신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 중 이공계 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생들이 비수도권 의대 지역인재 전형에 재도전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이에 주요 상위권 대학의 이공계 학생들 중 의대 입시를 위해 중도탈락하는 사례도 크게 증가할 수 있다.
의료계는 이번 법원 판단에 반발해 즉각 재항고할 예정이다. 올해 입시전형 계획 발표 마지노선에도 ‘잔불’이 남은 셈이다. 그러나 사건이 대법원까지 가더라도 이달 말 혹은 내달 초로 예정된 대학별 입시 정원 확정 때까지 대법원이 결정을 내리기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5월까지 고3 입시틀이 발표되지 않은 것은 초유의 사태”라며 “고2 입학전형 시행계획 발표 역시 법원 판단에 따라 의미가 없어질 수 있어 현장 불만이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