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상승세가 실수요 단지를 중심으로 본격화할 조짐을 보인다. 전국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4월 기준으로 재차 늘었고, 매수 심리도 연일 회복세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급증하는 등 집값 관련 지표가 일제히 상승 청신호를 켜는 모양새다. 특히, 서울 내 손바뀜이 많은 단지는 재건축 단지보다 지역 내 준신축 또는 대표 단지 거래가 활발한 것으로 확인돼 실수요자 중심으로 집값 우상향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란 분석이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4조5000억 원으로 3월 증가분 대비 4조 원 더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은 1월 기준으로 전월 대비 4조9000억 원, 2월 4조7000억 원 늘어나는 등 급증했지만, 3월 증가분은 5000억 원에 그쳤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은행을 통해 공급된 정책대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정책대출은 주로 무주택자나 갈아타기를 준비 중인 1주택자가 사용하는 만큼 주택담보대출 증가는 곧 실수요 확대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은행 측은 “4월 들어 주택도시기금 정책대출이 은행 재원으로 상당 부분 공급된 점도 주택담보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친 요인”이라며 “주택매매 증가가 시차를 두고 주택담보대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시에 아파트 매수 심리도 연일 회복세를 기록 중이다. 이날 KB부동산 ‘월간 주택매수우위지수’에 따르면 서울의 지난달 매수우위지수는 약 33으로 지난해 10월(36.9) 이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여전히 기준점(100)보다는 낮지만, 2월 하락한 뒤 두 달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공공 통계인 한국부동산원 역시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 기준으로 지난 2월 둘째 주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파트 거래량도 올해 들어 줄곧 늘고 있다. 부동산원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거래량 조사에 따르면, 3월 거래량은 3482건으로 2월 2665건 대비 30.7%(817건)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1790건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약 두 배 늘었다. 4월 아파트 거래량은 집계 기간(계약 후 30일)이 남았지만, 4000건 돌파가 유력한 상황이다.
특히, 실수요자 증가를 반영하듯 3월 이후 서울 내 거래량 상위 단지에는 준공 ‘5~20년’차 지역 내 대표 단지들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면서 준공 30년 차 이상 주요 재건축 단지에 매수세가 몰린 것과 달리, 최근에는 실거주에 적합한 단지의 손바뀜이 늘어난 것이다.
부동산 정보 앱 ‘아파트실거래가’ 통계(3월1일~5월16일) 분석 결과, 강남구 거래량 상위 단지 1위는 도곡렉슬(2006년 준공)로 거래량은 20건으로 집계됐다. 이어서 래미안블레스티지(2019년) 16건이 2위를 차지했다. 송파구에선 헬리오시티(2018년)가 76건으로 가장 많았고, 재건축 대표 단지인 올림픽선수기자촌은 27건으로 4위에 그쳤다.
이 밖에 영등포구에선 거래량 10위권 내에 여의도 재건축 단지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양천구도 거래량 1위는 목동센트럴아이파크위브(2020년)가 30건으로 가장 많았다. 반면 목동신시가지 단지는 5위(14단지, 8건)가 가장 높은 순위였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지난달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났다는 것은 곧 실수요가 늘어났다는 의미고, 여러 지표를 종합하면 앞으로도 실수요가 줄어들긴 어렵다”며 “실거주가 필요한 실수요자들이 집값 비싼 신축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단지에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는 “22대 국회에서도 여소야대 상황이 계속되면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등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이 꺾였다. 이에 최근에는 서울 재건축 단지 수요가 준신축이나 지역 랜드마크 단지로 몰린 것 같다”며 “금리도 여전히 높아 투자 수요보다는 실수요 중심으로 시장 거래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