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와 인천 일대 아파트 경매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5억 원 미만 아파트 매물을 중심으로 두 자릿수 응찰자가 몰리고, 낙찰가율도 감정가에 맞먹는 수준인 95% 안팎에 형성된다. 고가 아파트 경매 물건과 달리 중저가 단지는 낙찰받더라도 시세차익이 크지 않다. 이 때문에 수도권 아파트 경매시장 내 중저가 매물 인기는 투자보다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인 결과로 해석된다.
19일 부동산 경매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 경매 11계에서 16일 열린 인천 중구 ‘e편한세상 영종국제도시오션하임’ 전용면적 84㎡형 경매에는 응찰자가 29명 몰렸다. 낙찰가율은 감정가의 99% 수준인 4억4211만 원에 결정됐다.
이 단지 최근 실거래가는 3월 4억5000만 원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경매 거래 때 추가로 드는 비용은 낙찰가의 5% 안팎으로 계산한다. 이를 고려하면 경매 낙찰가격은 시장가격과 맞먹거나 되려 높은 수준이다.
경기지역에서도 중저가 단지를 중심으로 응찰자가 대거 몰린 단지가 속출했다. 16일 안산지방법원 경매 1계에 열린 시흥시 ‘서강아파트’ 전용 59㎡ 경매에는 응찰자가 32명 몰렸다. 낙찰가는 3억70만 원으로 낙찰가율은 99%를 기록했다. 또 시흥시 ‘시흥시청역트리플포레’ 전용 59㎡형 한 가구 역시 이날 경매에서 낙찰가 4억7549만 원을 기록해 낙찰가율 95% 수준을 보였다. 응찰자 역시 27명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아울러 경기 북부에서도 지난 14일 의정부지방법원 경매8계에서 진행된 의정부시 용현동 ‘현대아파트’ 전용 84㎡형 한 가구 경매에 응찰자 12명이 몰려 낙찰가율 95% 수준인 3억5788만 원에 최종 낙찰됐다.
이렇듯 올해 들어 경기와 인천 지역 아파트 경매시장의 전체 낙찰률과 응찰자 수는 정체 또는 우하향 추세지만, 실거주를 노린 중저가 단지 수요는 정반대로 계속 늘고 있다.
이와 관련,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아파트 시장에 온기가 조금씩 돌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세입자의 경우 전셋값 급등에 따른 전세 시장 불안으로 매매를 통한 내 집 마련 수요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위원은 이어서 “이 때문에 가격이 조금이라도 저렴하면 주택을 사들이려는 실수요자들의 매수 심리가 강하다”며 “경매의 경우 감정가격이나 낙찰 가격이 시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우가 많으므로 경매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수요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값 동향 조사에 따르면, 5월 둘째 주(13일 기준)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인천 0.12%, 경기 0.07%로 모두 서울(0.07%)보다 더 높은 전셋값 상승률을 보였다. 입주 물량 감소와 임대차법 시행 4년을 맞아 전세 물건 급감과 전셋값 상승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다만, 집값 선행지표인 경매시장의 온기는 확산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도권 전체 매매시장은 보합 또는 소폭 내림세가 지속하고 있다. 이에 대규모 집값 반등장이 펼쳐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부동산원 집계 기준으로, 인천 아파트값은 이번 주 0.02% 상승해 지난주 0.04% 상승 대비 0.02%포인트(p) 하락했다. 경기 역시 지난주보다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하락(–0.02%) 중이다.
윤 위원은 “국지적으로 수도권 경매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사례가 나오고 있지만, 이는 실수요가 많다”며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가 반전하려면 결국 투자 수요가 유입돼야 하는데 이런 수요 유입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