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양안관계 격랑 속 총통 취임...“중국, 대만 존재 직시해야”

입력 2024-05-2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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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식 개최…16대 대만 총통직 올라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고 현상 유지할 것”
중국, 당분간 압박수위 높일듯
취임 직전 미국 방산업체 제재

▲라이칭더 신임 대만 총통이 20일 타이베이 총통부 청사 앞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타이베이(대만)/로이터연합뉴스
라이칭더 신임 대만 총통이 20일 취임했다. 중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강경 독립 성향으로 평가받는 라이 총통은 안팎의 여러 난제를 안고 집권하게 됐다. 그는 중국 측에 대화를 촉구했지만, 중국은 그의 취임식 직전 대만에 무기를 판매했다는 이유로 미국 방산업체들을 제재하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라이 총통은 이날 오전 타이베이 총통부 앞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제16대 총통 임기를 시작했다. 임기는 4년으로 2028년 5월까지다. 그는 이날 취임사에서 양안(중국과 대만) 정책과 관련해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고(不卑不亢·불비불항), 현상을 유지할 것”이라면서 전임자인 차이잉원의 기조를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라이 총통은 “중국이 대만에 대한 수사적·군사적 위협을 중단하고 우리와 함께 책임감 있게 대만 해협과 역내 평화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전 세계가 전쟁의 두려움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중국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중국이 중화민국(대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대만 인민의 선택을 존중하며, 성의를 보이기를 희망한다”면서 “대만이 선출한 합법적인 정부와 대등·존엄 원칙을 바탕으로 대화로 대결을 대체하고, 교류로 포위를 대체해 협력을 진행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취임식에서는 500여 명의 해외 인사들이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정부 대표단 형태가 아닌 이은호 주타이베이 대표부 대표와 한국·대만 의원친선협회장인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참석했다. 미국도 정부 대표단은 보내지 않고 브라이언 디스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과 로라 로젠버거 전 국가안보회의 중국 담당 선임 국장 등이 참석했다.

라이 총통은 전임자 차이잉원보다 더욱 강경한 친미·독립 성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과거 “대만을 제2의 홍콩, 제2의 티베트로 만들 수 없다”고 발언해 중국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의 취임 직후 중국이 대만을 향한 군사적, 경제적, 정치적 압박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차이 전 총통과 달리 라이 총통은 외교정책 협상 경험이 부족하다”며 “또 과거 공격적 발언은 이후 그를 괴롭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라이 총통은 1월 당선 이후 중국 측에 대화하자고 여러 차례 요청했다. 하지만 중국은 대만의 영공과 해상 경계선에 해경선과 군용기를 보내면서 대화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날 중국 상무부는 라이 총통 취임식 직전 대만에 무기를 판매했다는 이유로 보잉의 방산우주보안(BDS) 부문을 포함해 총 3개 미국 방산업체를 ‘신뢰할 수 없는 기업’에 포함한다고 밝혔다.

국제 정세도 녹록지 않다.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서 대만 문제를 연구하는 카리스 템플먼 연구원은 “차이 전 총통이 취임했던 2016년보다 2024년 라이 총통이 처한 대외적 환경은 더 어렵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압박 강화, 미·중 관계 악화 등으로 라이 총통은 더 어려운 입장에 놓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만 내부 문제 해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1월 총통 선거와 함께 치러진 총선 결과 여당 51석, 야당 62석으로 여소야대 국면이 됐다. 치솟는 주택가격, 임금 상승률 정체, 인플레이션 장기화 등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쌓인 영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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