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하나의 중국’ 외교 공세 강화...‘친미·독립’ 성향 대만 총통 압박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왼쪽)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AP뉴시스

중국이 라이칭더 대만 총통 취임 이후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해 외교 공세에 나섰다. 대만이 중국 영토의 일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각국에 호소하며 라이칭더 정부를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려는 전략이다.

21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전날 카자흐스탄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대만 정세가 어떻게 되든 대만이 중국 일부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는 중국의 통일 실현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두 외무 장관은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외무장관 회의를 위해 카자흐스탄을 방문했다. 앞서 중국과 러시아는 16일 정상회담에서 ‘대만 독립 반대’조항이 명시된 공동성명을 낸 바 있다.

왕이 외교부장은 이날 아스타나에서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벨라루스 외무장관을 차례로 만났다. 그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설명하면서 각국에 지지를 요구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왕이 외교부장의 카자흐스탄 방문은 SCO 정상회의 내용을 조율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라이칭더 총통 취임 시기와 맞물리면서 양안 갈등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한 목적도 추가됐다고 분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라이칭더 총통을 ‘독립 분열 세력’으로 규정해 적대시하고 있다. 라이칭더 총통은 전임자 차이잉원보다도 독립 성향이 강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외교 압박에 남태평양 섬나라 나우루는 지난 1월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국교를 맺었다. 현재 대만과 외교 관계를 유지하는 국가는 12개국으로, 차이잉원 정부보다 10개국이 줄었다. 시진핑 주석은 나머지 12개국도 중국과 국교를 수립하도록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등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라이칭더 총통 취임식 직전 미국 방산업체 3곳에 중국 관련 수출입 활동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대만에 군사적 지원을 한 것에 대한 대응 조치다.

라이칭더 총통 취임식에 참여한 일본에도 못을 박았다. 우장하오 주일중국대사는 “일본이 중국 분열을 꾀하는 전차에 묶이면 일본 민중이 불길 속으로 끌려가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라이칭더 총통의 민주진보당과 달리 야당인 국민당은 친중 노선을 확고 히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10일 대표적 친중 인사인 마잉주 국민당 전 총통과 회담을 했다. 이날 중국은 대만독립 불가를 전제로 관광 재개와 대만산 농수산물 수입 재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