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수수료를 14번 인하한 카드사들은 적격 비용 재산정 시기가 다가오며 다시 긴장모드에 들어갔다. 캐피털사의 경우 신사업 진출에 제약이 많은 만큼 먹거리 발굴이 여의치 않아 근근히 버티고만 있는 실정이다.
디지털 플랫폼 구축등 개발↑
車할부금융, DSR 논의에 후진
캐피털, 보험대리점업도 막혀
카드사의 전통적인 수익구조가 한계에 봉착하면서 신사업 진출은 생존을 위한 전제조건이 됐다.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의 분리)’라는 제도적 한계 속에서 ‘본업’을 넘어 ‘부업’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기대만큼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본업 비중이 절대적인 카드사의 경우 규제 완화나 수수료율 조정 등이 더욱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금리·소비부진, 핀테크업체 성장 등 경영 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어 직접적인 ‘수술’만이 숨통을 트일 수 있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21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현대·롯데·하나·우리·BC카드)가 지출한 개발비는 총 4496억 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2246억 원)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개발비는 마이데이터와 디지털 플랫폼 등 신사업을 구축하는 데 들이는 비용을 의미한다.
카드사들이 신사업 투자를 늘리는 이유는 본업인 지급결제만으로는 생존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맹점수수료 인하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카드사들이 디지털 전환을 위해 개발비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새로운 사업의 수익성이 미미하다는 점이다. 금융데이터거래소에 게재된 카드사 데이터 대부분이 무료로 제공되고 있어 수익모델 역시 불분명하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경우 지난해 데이터 판매 수익은 140억 원 정도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 사업 초기 단계인 만큼 전체 매출 규모(5조3786억 원)의 0.002%에 불과하다. 현대카드 등 타 카드사의 경우 마케팅과 데이터 결합에 활용할 뿐 수익성은 없는 상태다.
또 다른 신사업인 개인사업자 신용평가(CB)업도 한계에 직면했다. CB업은 기존 신용평가 모델에 카드사가 보유한 가맹점 매출, 상권 정보 등 비금융 데이터를 결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투자 여력이 부족해 적극적으로 진출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8개 전업 카드사 중 4개사(신한·삼성·KB국민·BC카드)만 CB업 본허가를 취득했다. 시스템 고도화 등 거쳐야 할 단계가 많은 만큼 투자여력이 없는 카드사들은 CB 진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의 신규 먹거리로 부상했던 자동차할부금융도 제동이 걸렸다. 카드사들의 자동차할부금융 자산은 2013년(1조2143억 원) 이후 지속 성장해 2022년 10조6909억 원까지 증가했지만, 고금리가 지속되자 지난해(9조6387억 원) 1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신용카드 할부 결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받지 않아 카드업계가 빠르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에서 장기 카드 할부금을 DSR에 반영하는 규제 방안이 논의되는 만큼 향후 카드사의 할부금융 경쟁력에 상당한 영향력을 줄 것으로 점쳐진다.
캐피털계도 신사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캐피털사들은 현재 보험업법에 따라 보험대리점 업무를 취급할 수 없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선 캐피털사에게 대리점 업무를 허용하고 있지만, 보험업법에 따라 여신전문금융사 중 카드사만 보험업 영위가 가능하다.
캐피털업계는 지난 수년간 보험대리점업을 위한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캐피털사들이 취급하는 자동차 등 기계·설비 금융에 보험이 필수적으로 수반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2021년 금융위원회가 마이데이터 라이선스를 취득한 캐피털사에겐 보험대리점업 허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여전히 답보상태다.
일각에선 신사업에 부진을 겪는 여신전문금융사들이 상대적으로 허들이 낮은 전자금융거래업종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한다. 금융사업자들의 경우 신규 사업을 하기 위해선 금융당국의 인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전자금융거래업종은 일부 요건만 충족되면 쉽게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전자금융사업자들이 공격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것도 법에 명시돼 있는 시장 조정 장치가 없었던 영향”이라며 “카드사들이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선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관련 규제 등 당국의 규제 완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