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호영 교수 “리보세라닙 병용요법, 기존 약보다 효과 좋고 안전”

입력 2024-05-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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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개월 생존 고무적 성과…가장 선호하는 간암 1차치료제 자리잡을 전망”

▲임호영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이 허가받으면 간암의 1차치료를 위해 가장 선택받을 확률이 높은 치료법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임호영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23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본지를 만나 국내외 간암 치료의 트렌드와 한계점, 새로운 치료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임 교수는 간암 치료의 손꼽히는 권위자로, 항암제 급여의 첫 관문인 암질환심의위원회의 위원장이기도 하다.

현재 간암의 1차 표준치료법은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과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의 병용요법이다. 면역항암제 티쎈트릭만으로는 효능을 발휘할 수 없어서 혈관신생억제제인 아바스틴을 같이 투약한다. 그러나 아바스틴은 비교적 높은 빈도로 출혈 문제가 생기는 한계가 있다.

임 교수는 “간암 환자들은 기본적으로 출혈성 경향이 있다. 간이 딱딱하니까 들어가려는 혈관들과 소통이 안 되면서 부풀어 오르고 건드리기만 해도 터진다”라면서 “그런데 간암은 아바스틴을 대장암의 2배 용량으로 쓴다. 출혈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출혈이 한 번 발생하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아바스틴은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단백뇨 발생 우려도 있다. 단백뇨가 생길 만큼 신장 기능이 나빠지면 해당 치료법은 더는 쓸 수 없다. 의료진과 환자들이 더욱 안전한 치료법을 기다리는 이유다.

최근 간암의 새로운 1차치료제에 도전하고 있는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은 22.1개월로 지금까지 나온 간암치료제 가운데 가장 길다.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은 5월 31일부터 6월 4일(이하 현지시간)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글로벌 임상 3상 참여 환자의 최종 생존기간을 추적·분석한 결과를 공개하는데, 22.1개월을 능가하는 데이터일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임 교수는 “1대 1 비교 연구가 아니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지만, 생존기간이 6~8개월에 불과했던 세포독성항암제 시절부터 치료한 의사로써 mOS 22.1개월은 어마어마한 발전”이라며 “의료진 입장에서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에 대한 기대가 굉장히 크다”라고 말했다.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의 신약허가를 심사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5월 16일 HLB와 파트너사 항서제약에 보완요구서한(CRL)을 보냈다. CRL에는 제조시설(Facility) 관련 이슈가 언급됐지만,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제시되지 않았다.

▲임호영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 교수는 리보세라닙이 아바스틴의 부작용 문제를 극복하는 이점에 힘입어 간암 1차치료의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아바스틴+티쎈트릭은 출혈을 우려해 필수적으로 내시경이 권고되지만,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은 필수가 아니다. 아바스틴 대비 출혈 위험이 현저히 낮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야 내시경을 받기 쉽지만, 서구권 등 해외 사정은 그렇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주사제인 아바스틴과 달리 리보세라닙은 먹는 약이란 점도 의료진이 눈여겨보는 대목이다. 2가지 약을 모두 주사로 맞는 것과 하나는 먹는 약으로 투약하는 것은 환자의 복용 편의성에서 큰 차이가 있다. 먹는 약은 용량 조절도 편리하고, 혹시 문제가 발생해도 즉시 투약 중단 등으로 대처할 수 있다. 반면 아바스틴은 반감기가 20일에 달해 투약 후 부작용이 생겨도 즉각적인 대처가 어렵다.

임 교수는 “의료진이 치료방법을 결정할 때는 약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은 그럴 근거가 너무 많다”라면서 “무엇보다도 안전한 약이다. 허가받으면 가장 선호하는 치료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간암은 국내에서 7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지만, 사망률은 폐암에 이어 2번째로 높다. 대부분 암이 진행된 상황에서 발견되며, 항상 만성 간질환을 동반하므로 간기능이 저하돼 치료가 쉽지 않다. 재발률도 매우 높다.

임 교수는 간암을 밭에 뿌려진 씨앗에 비유했다. 그는 “암이 발생할 수 있는 씨앗이 이미 뿌려진 상태이기 때문에 치료해도 다른 곳에서 다시 발생한다”라면서 “조기진단이 중요하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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