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난 강동원은 영화 '설계자'의 관람 포인트에 대해 "미장센이 되게 중요한 영화다. 빛이나 음악을 제대로 즐기려면 극장에서 보는 게 훨씬 더 좋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설계자'는 의뢰받은 청부 살인을 완벽한 사고사로 조작하는 삼광보안 팀장 영일(강동원)과 그 팀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일이 '사건'을 '사고'로 그럴듯하게 포장할 때마다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한다. 바로 '청소부'의 짓이다. 이처럼 영화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청소부'가 등장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비(非)가시화된 상태로 등장하는 것.
이 영화는 '우연'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어쩌면 '필연'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자살이 타살일 수도 있고, 단순한 사고가 어쩌면 철저한 계획에 의해 설계된 사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음모론이다.
강동원은 "음모론을 믿는 편이다.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스타일"이라며 "음모론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찍기 전부터 생각했다. 실제로 그런 사건들이 있는 것 같다. 나중에 진실이 밝혀지는 사건들이 있다"라고 말했다.
영화는 우연과 필연, 진실과 거짓, 사건과 사고가 뒤엉켜 전개된다. 영일은 이 같은 혼돈의 설계자이면서 그 설계에 농락당하는 피해자이기도 하다. 카메라는 그런 영일의 표정을 시종일관 클로즈업으로 관찰한다.
강동원은 "클로즈업이 많고, 대사가 없는 작품이 어려운 지점이 있다. 작은 프레임 안에서 연기하는 게 사실 힘들다. 그걸 극복하려면 결국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대사와 호흡을 잊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열린 결말의 영화다. 진짜 있었던 일인지 아닌지 영일조차 헷갈려 한다. 영일이 설계한 것인지 아닌지 그런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게 목적이다. 그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라고 설명했다.
인터뷰 끝에 강동원은 극장의 위기에 대해서 언급했다. 그는 "영화라는 장르의 경계가 많이 무너진 것 같다. '사람들이 극장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있는데 또 '파묘'나 '범죄도시 4'가 잘 되는 걸 보면 '이건 뭐지?'라는 생각도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작품을 계속 극장을 통해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극장이라는 곳은 없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