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프로그램에서 투자자는 장기적인 투자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
“밸류업을 통해 가장 이익을 보는 주체가 기업 자신이므로 기업은 밸류업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28일 열린 ‘자본시장 밸류업 국제세미나’에서는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모여 밸류업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이목은 밸류업보다는 세미나 개회식에서 언급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에 더 쏠렸다. 주최 측으로서는 김이 빠질 따름이다.
다만, 밸류업에 대한 관심 저하는 이미 예견된 바다. 연초부터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대다수의 반응은 ‘실망’으로 요약된다. 강제성도, 인센티브도 없는 정책이 실효성이 있느냐는 거다. 혹자는 “내가 기업이라도 안 하겠다”고 평가한다.
“투자자나 기업이나 모두 윈-윈(Win-Win)하는 것”이라며 투자자에게는 장기적 관점을, 기업에는 적극적 참여를 권유하는 밸류업은 모두가 ‘원영적 사고’만 하기를 바라는 것 같다.
‘원영적 사고’는 어떤 불운이 있더라도 초월적인 긍정으로 치환하는 마음가짐을 뜻한다. 걸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이 인기 빵집에서 사려고 했던 빵을 앞 손님이 다 사 갔으나 ‘오히려 새로 나오는 빵을 사게 됐다’며 기뻐하는 모습이 온라인 상에서 화제를 일으키며 생겨난 유행어다.
가령, ‘물이 반이나 남았다’가 긍정적 사고라면 ‘마침 다 먹기에는 너무 많고 한 모금 먹기에는 적은데 딱 반만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완전 럭키비키잖아’라는 것이 원영적 사고다.
밸류업에 대해서도 ‘그간 밸류업을 안 해왔으니 앞으로 올라갈 일만 남았다’라거나 ‘밸류업할 기업 주식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등 밸류업에 대한 원영적 사고는 어떻게든 가능할 것이다. 다만, 그 결과가 윈-윈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국내 투자자들은 단타성 장세에서 밸류업보다는 금투세 시행 여부에 촉각을 세우면서 해외 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기업들 역시 정부가 최근 들어 밸류업 관련 세제 인센티브를 검토한다고는 했으나 불확실성이 크다. 장차 기업에는 득이 될 수 있어도 지배주주들은 “솔직히 주가가 오르면 뭐가 좋냐”는 의문부호를 띄우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원영적 사고도 다 팔린 빵이 새로 나오고, 물이 어쨌든 조금이라도 남아있어야만 할 수 있다. 최근 자신을 악의적으로 비난해온 유튜브 채널에 보인 장원영 측의 단호한 대처는 원영적 사고가 앞뒤 없이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밸류업 정책의 방향성은 틀린 것이 아니다. 그러나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는 공감을 얻기 어렵다. 일본이 10여 년간 정책을 쌓아왔듯이 당국 역시 세제 문제, 기업 지배 구조 등 밸류업에 앞서 근원적인 요소를 먼저 풀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