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양국 관계 최상”...UAE대통령 “더 높은 차원으로”
한‧UAE, 투자·에너지·원자력·국방 이어 AI협력 추진
한‧UAE 정상회담 계기 공동원유비축량 대폭 확대
‘중동 큰손’ 맞이, 이재용‧정의선 총출동 국빈 오찬도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PEA)을 체결했다. 한국과 아랍국 간 첫 CEPA 체결로, 양국은 두 나라 관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합의했다. 특히 UAE측은 지난해 약속한 국부펀드의 300억 달러(약 41조원) 투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모하메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19개 협정 및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지난해 윤 대통령이 UAE를 국빈 방문한 데 이어 1년 4개월 만이다. 이날 회담으로 양국 간 핵심 4대 분야에 인공지능(AI) 협력 추진 약속과 CEPA 체결 등 경제 파트너십 강화의 제도적 토대가 구축됐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은 회담에서 “1년 4개월 만에 상호 국빈 방문이 이뤄지면서 협력 성과가 빠르게 나타난 것은 그만큼 양국 관계가 최상의 상태에 이른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모하메드 대통령도 “한국과 UAE 관계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한국과의 관계를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리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상회담 결과 브리핑에 나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양 정상은 지난해 1월 정상회담 시 합의한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최고수준으로 발전시키기로 한 약속이 잘 이행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양국 관계의 특별함에 대해 완전한 공감대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양국은 △경제·투자 △전통적 에너지·청정에너지 △평화적 원자력 에너지 △국방·국방기술 4대 핵심 분야 및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두 정상이 한‧UAE CEPA에 공식 서명하면서 교역 자유화와 투자 확대를 포함한 포괄적 분야에서 ‘경제 파트너십’을 강화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지난해 10월 양국이 타결한 CEPA는 향후 10년에 걸쳐 시장의 90%가량을 상호 개방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은 상품 품목 수 기준 92.8%, UAE는 91.2%에 달하는 시장을 순차적으로 개방한다.
한‧UAE CEPA는 우리나라가 체결한 24번째 자유무역협정(FTA)이자, 아랍권 국가와는 최초의 FTA 체결이다.
수출과 관련해선 특히 무기류 관세가 즉시 철폐되고, 기계류는 5년 이내 우리의 대중동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 및 부품 가전제품 및 전기차‧하이브리드차‧친환경차 등에 대해서는 10년 내 관세가 철폐된다. 단 전기차 중 10인 이상의 대형차, 화물차는 즉시 관세를 철폐한다.
또 UAE가 다른 나라에 개방하지 않은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최초로 개방해 국내 게임 업체들에게도 호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국내 병의원급 기관이 UAE 현지에 개원하고 원격진료도 가능해진다.
UAE의 주 수출품인 원유 수입관세도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폐지돼 국내 석유가격이 안정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UAE 원유 도입을 추가적으로 확대해 중동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수급 불안을 잠재우겠다는 계획이다.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양국은 품목 수 기준으로 90% 이상 상품 시장이 개방된다”며 “한-UAE CEPA는 앞으로 양국 국회에서 비준 받고 최종 발효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제‧투자 분야에서는 지난해 윤 대통령이 UAE를 국빈 방문했을 당시 UAE가 약속한 국부펀드 300억 달러(약 40조 원) 중 60억 달러(약 8조 원) 이상 규모의 투자가 검토되고 있다. 박 수석은 “작년 5월 20억 달러 투자 검토를 밝힌 후 60억 달러로 확대됐고, 상당한 부분 실제 투자도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양국은 산업은행과 UAE 국부펀드인 무바달라 간 채널 등 투자협력 채널을 확대할 계획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양국 정상 모두 300억 달러 투자 공약의 충실한 이행에 만족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분명한 것은 300억 달러 투자 약속 이후에 공개되지 않은 상당부분의 투자가 이미 이뤄졌다”면서 “UAE 대외관계와 문화 특성상 이미 이뤄진 행동에 대해 밝히긴 힘들다”고 말했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우리 기업과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ADNOC) 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의향서’ 체결로 약 15억 달러(약 2조 원) 규모, 최소 6척의 LNG 선박 수주 기반이 마련됐다. 현재 400만 배럴 수준인 양국 간 공동원유비축사업 확대 논의도 이뤄져 양국 간 에너지 안보 협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대통령실은 전망했다.
미래 유망산업인 수소 분야에서도 LNG를 활용해 청정수소를 생산하는 탄소포집저저장(CCS) 분야에서 협력하는 MOU를 체결했다. 원자력 분야에서는 바라카 원전을 포함한 성공 협력 사례를 기반으로 후속 호기 건설, 원자력 연료 공급망, 소형모듈원전(SMR) 등 분야에서 미래 협력 가능성을 계속 모색해나가기로 합의했다.
AI 등 첨단기술에서도 양국의 혁신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도출했으며 국방, 방산 등에서도 양국은 협력 강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했다.
모하메드 대통령의 방한은 UAE 대통령의 첫 국빈 방한이다. 이번 국빈 방한을 통해 1년 4개월 만에 상호 국빈 방문을 완성하고, 정상 간 유대 관계를 돈독히 해 양국 관계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윤 대통령은 전날 1박 2일 일정으로 국빈 방한한 모하메드 대통령을 최고의 예우로 맞이했다. 대통령 전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진입하자 공군 전투기 ‘F-15’ 4대가 호위 비행했고,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창덕궁에서 친교 행사를 가졌다.
윤 대통령은 산책을 즐기는 모하메드 대통령을 위해 창덕궁 중심 정원인 부용지 일대 산책 일정도 준비했다. 이후 양 정상은 환영의 의미를 담은 ‘학연화대무’(鶴蓮花臺舞)를 관람하고 차담도 나눴다. 창덕궁 일정 후에는 청와대 만찬도 이어졌다.
특히 친교일정과 만찬에는 모하메드 대통령의 장녀인 마리앙 국책사업담당부의장이 동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녀가 모하메드 대통령 해외 일정에 동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정상회담 전에도 모하메드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 들어섬과 동시에 공군 블랙이글스의 축하비행과 전통 의장대·취타대 공연 등 공식 환영식이 열렸다.
정상회담이 끝난 뒤 윤 대통령과 모하메드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빈 오찬을 가졌다. ‘중동의 큰손’을 손님을 맞이한 만큼 경제계 총수들도 총출동했다. 국빈 오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등 정재계 인사 45명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