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이통사 스테이지엑스 '자본력 우려'…낙찰받은 주파수 수익성도 논란
"제4이통사 만들어 알뜰폰 죽이는 셈"…정부 '통신정책' 모순 논란 확대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은 그간 통신시장의 고착화된 경쟁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경쟁환경 개선을 위해 마련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해 7월, 이동통산 3사의 통신시장 과점을 지적하며, 알뜰폰 육성·제4이통사 추진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약 1년이 지난 현재, 통신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며 만든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가계 통신비 인하의 1등 공신이었던 알뜰폰의 가입자 수는 줄고 있다. 이동통신 3사 공시·전환지원금 확대,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진입, 제4이통사의 등장까지 더해지며 특히나 중소 알뜰폰 업체는 생사 기로에 놓였다. 값비싼 자본금 조달에 부딪힌 제4이통사 스테이지엑스는 출범에 난항을 겪고 있다. 설상가상 알뜰폰 육성책과 제4이통 추진은 모순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30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등에 따르면 올해 알뜰폰 가입자 수는 매달 감소하는 추세다. 통신3사에서 알뜰폰으로 번호이동한 회선에서 알뜰폰이 이동통신 3사로 번호이동한 회선을 뺀 순수 알뜰폰 번호이동은 올 1월 7만8060명, 2월 6만5245명, 3월 4만5371명, 4월 2만158명으로 점차 줄고 있다. 감소 폭은 점차 더 커지고 있다. 이는 정부가 올 3월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을 추진하면서 이통3사의 공시·전환지원금 등을 확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금융권이 알뜰폰 시장에 침투하며 통신 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는 무색해지고 있다. 알뜰폰 사업의 금융권 부수업무 지정으로 알뜰폰 시장은 대기업 중심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다. 기존에도 이통3사의 알뜰폰 자회사가 알뜰폰 시장을 주도해왔는데 KB국민은행에 이어 우리은행까지 진출하며 중소 알뜰폰 업체가 고사 위기에 놓일 거란 전망이다. 금융권에서 막대한 자금력으로 출혈 마케팅에 나서면 이통3사 자회사를 제외한 중소 알뜰폰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에 밀려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서다.
‘제4 이동통신사’ 정책도 난항을 겪고 있다. 제4이통사로 선정된 스테이지엑스가 자본금 조달 난항을 겪으며 결국 대기업 중심으로 고착된 통신 시장은 깨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스테이지엑스가 1차 낙찰금 430억 원을 납부한 지 약 20일이 지났지만, 과기정통부는 주파수 할당을 통지하지 않았다. 스테이지엑스의 주주들이 약속한 대로 충분히 투자금을 납입할 수 있는 능력과 의사가 있는지 더 증명하라는 의미다. 스테이지엑스가 확보한 자본금 500억 원은 주파수 할당 대가 납부와 운영비만 겨우 충당하는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애초 제4이통의 주파수에 대한 수익성도 논란이 되고 있다. 스테이지엑스가 낙찰 받은 5G 28기가헤르츠는 전파 도달 거리가 짧고 장애물에 취약해 기지국을 더 많이 필요로 한다. 이 때문에 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28기가헤르츠 주파수 할당을 포기한 바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제4이통사 출범 이전부터 28기가헤르츠 주파수 대역 비즈니스에 우려가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제4이통사와 알뜰폰 육성 정책은 서로 모순된다는 점이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통신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 정책은 모순과 실패작”이라며 “제4 이통사가 요금제 인하를 카드로 들고 나오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는 알뜰폰 사업자다. 알뜰폰 사업을 활성화하겠다며 제4이통사를 만들어 알뜰폰을 죽이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