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시장 내 아파트 쏠림 현상이 전국에서 심화하고 있다. 아파트 전세가율(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은 이달 기준으로 17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튀어 올랐다. 반면 빌라(연립·다세대주택) 전세가율은 아파트와 달리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아파트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한껏 오른 전세가율을 이용한 갭투자가 늘고, 전세 수요가 매매로 번지면서 아파트값을 더 밀어 올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30일 KB부동산 ‘5월 주택가격 동향조사’ 통계 분석 결과 이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67.09%로 지난 2022년 12월(67.28%) 이후 처음으로 67% 선을 넘었다. 최근 전국 아파트값은 상승 전환한 가운데 전셋값 상승 폭이 매맷값 상승세를 앞지르면서 전세가율이 가파르게 오른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도 올해 들어 급상승 중이다. KB부동산 집계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이달 53.43%로 집계됐다. 1월 52.25%와 비교하면 1%포인트(p) 이상 오른 셈이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0~51% 박스권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급등에 가까운 상황이다.
실제로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전셋값은 연일 상승세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이달 기준으로 6억 원을 돌파했다. 서울 평균 전셋값은 지난해 1월 6억1000만 원에서 줄곧 하락해 5억6981만 원(지난해 7월)까지 하락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전셋값 강세가 이어지면서 평균 6억 원 선을 넘어섰다. 강북 지역 평균 아파트값도 지난해 2월 이후 15개월 만에 5억 원 이상을 기록했다.
전세 수요 증가에 주요 지역에선 전셋값 급등도 포착됐다.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자이 개포’ 전용면적 84㎡형은 지난 29일 18억 원에 전세 계약서를 새로 썼다. 지난달 같은 평형의 전셋값은 17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1억 원이 오른 셈이다.
반면 빌라 전세가율은 아파트와 달리 이달 70%대까지 주저앉았다. 올해 들어 아파트 전세를 찾는 수요는 계속 늘면서 강세를 보였지만, 빌라는 전세사기 영향으로 전세 수요가 대폭 줄었다. 시장에선 빌라 전세 수요가 소형 아파트 전세 수요나 빌라 월세로 전환된 상황이다.
이렇듯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계속되자 전세 강세와 전셋집 매물 감소가 아파트 매맷값을 밀어 올릴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아파트실거래가 앱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이날 기준 2만8693건으로 한 달 전 2만9821건 대비 3.8% 줄어들었다.
특히 대출 규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높은 전셋값을 이용한 갭투자가 늘고, 이는 다시 매맷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지금 무주택자나 1주택자 등 실수요자들이 아파트 매수를 위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대출 아니면 갭투자”라며 “그런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으로 대출이 줄어든 만큼 DSR 규제 회피 수단으로 갭투자를 통해 아파트를 사들이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앞으로 집값 상승 전망과 관련해 윤 위원은 “최근 전세가율이 많이 올랐지만, 절대적인 기준으로 보면 높은 전세가율은 아니다”라며 “전셋값이 계속 오르면 전세 수요 일부가 매매로 돌아서는 등 전셋값 상승이 매맷값을 끌어올리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