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다가도, 다른 노래를 듣다가도, 자려고 누워도 외우게 되는 마성의 가사입니다. 그룹 에스파가 최근 발매한 '슈퍼노바'(Supernova)의 가사인데요. 데뷔 후 4년 만에 내놓은 첫 정규앨범 타이틀 곡인 만큼, 강렬한 비트, 중독적인 가사와 멜로디로 팬들은 물론 '머글'(팬이 아닌 사람)들의 귀까지 단번에 홀렸죠.
27일 발매된 에스파의 정규 1집 '아마겟돈'(Armageddon)은 더블 타이틀 곡 '슈퍼노바'와 '아마겟돈' 등 총 10곡이 수록돼 있습니다. 앨범 발매 전인 13일 선공개 된 '슈퍼노바'는 무게감 있는 킥과 베이스 기반의 미니멀한 트랙 사운드가 인상적인 댄스곡입니다. 다른 차원의 문이 열리는 사건의 시작을 초신성에 빗댄 가사로 내 안의 대폭발이 시작됐음을 표현했죠.
'아마겟돈'은 강렬한 신스 베이스 사운드에 올드스쿨 스타일의 힙합댄스곡입니다. 무게감이 느껴지는 사운드 위에 멤버들의 거치면서도 절제된 음색이 더해졌습니다.
카리나는 "예전에 멤버가 '슈퍼노바'는 깡통 맛이고 '아마겟돈'은 흙 맛이라고 했다"며 "처음엔 좀 어려울 수도 있지만, 들을수록 중독되는, 저희 회사 전통이라는 표현에 맞는 곡일 것 같다"고 설명한 바 있는데요.
맞습니다. 에스파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히트곡을 살펴보면 처음엔 낯설지만, 이내 중독되고 마는 독보적인 개성을 자랑합니다. 에스파의 이번 앨범 역시 "이런 노래는 에스파만 할 수 있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요. 에스파만 할 수 있는 과감하면서도 신선한 스타일링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립니다.
에스파의 세계관은 '현실 세계에 사는 아티스트 멤버와 가상세계에 존재하는 아바타 멤버의 동행'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가상세계, 그리고 아바타라는 특이점과 함께 전개되는 에스파의 세계관은 '블랙 맘바'(Black Mamba), '넥스트 레벨'(Next Level), '새비지'(Savage), '걸스'(Girls)로 이어졌는데요. 강렬한 비트, 난해한 가사, 뉴진스를 필두로 가요계를 장악한 이지리스닝과 정반대에 선 '쇠 맛' 가득한 곡 구성에 일각에선 '대중성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에스파의 '쇠 맛' 뚝심은 이번 앨범을 통해 빛났습니다. 앨범 발매에 앞서 선공개된 '슈퍼노바'는 멜론 TOP100·HOT100, 벅스, 지니, 플로, 바이브 등 국내 주요 음원 차트의 실시간 및 일간 모두 1위에 오르며 '퍼펙트 올킬'을 달성한 것은 물론, 음악방송 3관왕을 기록하는 등 역대급 화제성을 보여줬는데요. 앨범은 선주문 수량만 102만 장을 넘기며 전작 '걸스'(Girls), '마이 월드'(MY WORLD), '드라마'(Drama)에 이어 4연속 밀리언셀러 등극을 예고했습니다.
'아마겟돈'에서 에스파의 세계관은 '다중 우주'로 확장되는데요. 가사에도 각기 다른 세계 속 다른 '나'를 만나 완전한 '나'로 거듭난다는 메시지를 담아 콘셉트를 확고히 했습니다. 에스파만 할 수 있는 콘셉트라는 감탄이 이어졌죠.
에스파의 한층 업그레이드된 세계관은 화려하고 강렬한, 또 에스파만 소화할 수 있는 스타일링으로 완성됐습니다.
앞서 SM엔터테인먼트는 앨범 발매에 앞서 에스파 멤버들의 '슈퍼노바' 개인 티저 이미지와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이는 곧장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 온라인상에 확산하면서 화제를 빚었죠.
공개된 티저 속 에스파 멤버들은 눈동자에 새겨진 하트, 별, 달, 나비 등 각자의 엠블럼부터 파란색, 빨간색, 분홍색, 보라색 등 형형색색의 렌즈로 초인적인 매력을 발산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목을 끈 요소는 메이크업이 아닐까요? 하이라이터를 이마, 콧대, 코끝, 볼, 인중 등 얼굴 전체에 사용해 단순히 이목구비에 양감을 주는 것에서 나아가 반짝이는 별, 신비로운 우주 같은 느낌까지 재현했는데요. 화이트 베이스의 하이라이터와 아이섀도는 '세기말' 감성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에스파를 담당한 조은비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꼽은 핵심 역시 하이라이터라고 합니다. 그는 올리브영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하이라이터를 이렇게 많이? 여기에도 사용한다고?' 싶을 정도로 얼굴 전체에 사용했다"며 "특히나 우주에서 온 초능력자 분위기가 날 수 있도록 화이트 베이스의 차가운 톤의 제품을 선택했다. 아마 현재 출시된 하이라이터는 모두 사용한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멤버 하나하나 신경 쓴 부분에 대해서도 설명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먼저 카리나의 경우 '강렬한 실버 아이섀도에 쉬머감 있는 제품을 섞어 눈 앞머리부터 발라줬다'고 하는데요. 은갈치(?) 같은 쉬머펄과 글리터에 푸른빛의 헤어 피스와 장식까지 더해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완성했습니다.
지젤은 '눈 앞머리와 코끝에 미세한 입자의 핑크 하이라이터를 발라주고, 속눈썹 위아래 끝에 인조 속눈썹을 덧붙여 인형과 같은 러블리함을 표현'했고, 닝닝은 '극강의 화려함을 위해 속눈썹에 펄을 더해' 멤버마다 색다른 반짝임을 줬습니다.
여기에 윈터는 탕후루 같은 광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는데요. 조은비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사랑스러운 외계인 느낌이 났으면 해서 얼굴 전체에 광택을 줬다"며 "글로우 크림을 바르는 데 한계가 있어 필오프 마스크팩을 덮어줬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방식은 1월 패션계를 뜨겁게 달궜던 메종 마르지엘라의 꾸뛰르 런웨이를 떠올리게도 합니다. 당시 모델들은 유약을 발라 구워낸 도자기 인형처럼 광나는 얼굴로 런웨이를 걸어 화제가 됐는데요. 메이크업을 담당한 세계적인 패션 메이크업 아티스트 팻 맥그래스는 여러 종류의 필오프팩과 특수 접착제 등을 사용했다고 밝혔죠. 필오프팩을 증류수와 함께 섞어 묽게 만든 뒤 에어브러시 기계에 넣은 후 얼굴에 7~8번씩 뿌리고, 바람에 45분~2시간가량 말리면 된다는 설명입니다.
에스파도 메이크업에서 필오프팩을 활용해 광을 연출했는데요. 덕분에 하이라이터로는 나올 수 없는, 다른 차원의 광이 완성됐습니다. 이 같은 신선한 요소들로 에스파의 메이크업은 '세일러문'과 '쇠 맛'이 합쳐진 '쇠일러문' 메이크업이라는 애칭까지 얻었죠.
에스파만의 특별한 앨범도 화제를 빚었습니다.
에스파는 '아마겟돈'의 CD플레이어(CDP) 버전 앨범을 출시했습니다. 앞서 하이라이트 메들리로 공개된 CDP 형태를 그대로 구현한 모습이었죠. 앨범에 대한 자신감과 음악이라는 본질을 담은 앨범으로써, 음악이라는 무형적 가치를 실물화해 소유하고 감상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려는 취지였는데요. CDP에 3.5mm 유선 이어폰을 연결하면 이번 앨범에 수록된 10곡을 바로 재생할 수 있습니다.
CDP가 서랍 속 유물 아니냐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과거의 것을 현대적인 시각에서 새롭게 재해석하는 '레트로' 열풍이 이어지면서 CDP의 인기도 최근 급증했죠.
라이프스타일 슈퍼앱 오늘의집은 20일부터 26일까지 한 주간 CDP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직전 주 대비 430%의 거래액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31일 밝혔습니다. 이는 직전 4주간 판매된 거래액을 합친 결과보다도 많은 수치인데요. 구매자 수도 한 주간 약 10배 증가하면서 CDP에 대한 높은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관련 검색어도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오늘의집 검색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CD플레이어’ 키워드 검색량은 직전 주 대비 300%가량 증가했죠. ‘CDP’, ‘휴대용 CD플레이어’ 등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는 고객도 큰 폭으로 늘었죠. 이전까지는 오늘의집 내에서 벽걸이형 CDP, 스탠드형 CDP가 인테리어의 한 요소로 주목받으며 인기를 끌었다면, 최근 들어선 포터블 CDP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한 것으로 보입니다. 인테리어 아이템으로, 또 최근엔 패션 아이템으로 CDP가 조명받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합니다.
에스파의 CDP 앨범도 팬들은 물론 머글의 취향까지 제대로 적중했습니다. 앨범은 1차 판매에서 1시간도 안 돼 품절됐고, 2차 판매분 역시 순식간에 동났습니다. 스마트 기기로도 자신을 표현하는 Z세대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는 분석이 나오죠.
참고로 이 CDP의 제조사는 추억의 아이템, '미키마우스 MP3'로 유명한 아이리버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온라인상에는 "에스파가 말아주는 레트로라니", "미키마우스 MP3가 갑자기 그리워진다" 등 호평이 나오지만, "제발 3차 판매해달라", "카리나도 인스타그램 게시물 내려라, 내가 사야 한다"는 등 호소와 겁박(?)도 이어져 웃음을 자아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