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뉴진스가 드디어 돌아왔습니다. 그간 소속사 어도어와 모회사 하이브의 잡음으로 조용할 날이 없었긴 하지만, 뉴진스의 신보는 10개월 만이라 팬들의 기대가 남다른 상황이었죠.
뉴진스는 오늘(24일) 새 더블 싱글 '하우 스위트'(How Sweet)를 발매했습니다. 싱글에는 동명의 타이틀곡과 수록곡 '버블 검'(Bubble Gum), 각 곡의 연주곡 등 총 4곡이 담겼는데요. 마이애미 베이스를 기반에 둔 '하우 스위트'는 통통 튀는 힙합 스타일의 곡으로, 뉴진스의 쿨한 매력이 가득합니다.
시티팝 풍의 '버블 검'은 심플한 드럼 패턴에 시원한 사운드가 더해진 경쾌한 분위기의 트랙인데요. 싱글 발매에 앞서 뮤직비디오가 공개되면서 유튜브에서 한국 주간 인기 뮤직비디오 1위에 오르는 등 복고적인 감성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뉴진스의 신보는 지난해 히트를 기록한 두 번째 미니 앨범 '겟 업'(Get Up) 이후 10개월 만입니다. 이날 뉴진스는 음원 발매-뮤직비디오 공개-음악방송 무대로 이어지는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는데요. 이날 오후 1시 음원 사이트에 새 음반 수록곡이 발매됐으며, 3시간 뒤인 오후 4시 유튜브 등엔 타이틀곡 ‘하우 스위트’ 뮤직비디오가 공개됐습니다. 저녁엔 KBS2 ‘뮤직뱅크’ 특별 스테이지로 방점을 찍을 예정입니다.
뉴진스는 신곡 발매와 함께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합니다. 다음 달엔 일본 정식 데뷔도 예정돼 있는데요. 이번 활동은 특히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어도어에 따르면 뉴진스는 다음 달 21일 일본에서 데뷔 싱글 '슈퍼내추럴'(Supernatural)을 발매합니다. 이 앨범에는 동명의 타이틀곡과 수록곡 '라이트 나우'(Right Now), 그리고 각 곡의 연주곡 등 총 4곡이 포함되죠.
발매와 동시에 일본 팬들을 '성대하게' 만납니다. 같은 달 26~27일엔 도쿄돔에서 팬미팅 '버니즈 캠프 2024 도쿄 돔'(Bunnies Camp 2024 Tokyo Dome)을 여는데, 앞서 진행된 티켓팅에선 2회차 티켓이 단숨에 매진됐습니다. 약 5만 관객을 수용하는 도쿄돔은 일본에서도 성공한 가수들만 오른다는 '꿈의 무대'로 꼽힙니다. 2007년 가수 비를 시작으로 동방신기, 샤이니, 빅뱅, 엑소, 방탄소년단, 소녀시대, 카라 등이 무대에 올랐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뉴진스는 특히 일본의 문화예술계 거장들과 잇단 협업 소식을 전하면서 눈길을 끌었는데요. 일본을 대표하는 팝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 패션 디자이너 겸 음악 프로듀서 히로시 후지와라와 손을 잡은 겁니다.
앞서 뉴진스는 1일 공개한 '라이트 나우' 티저로 무라카미와의 협업 소식을 전했습니다. 영상에는 미국 인기 애니메이션 '파워퍼프걸'과 협업해 탄생한 뉴진스 다섯 멤버들의 캐릭터가 산책을 하다가 무라카미의 무지개색 꽃 캐릭터를 발견하는 모습이 담겼는데요. 꽃 캐릭터는 뉴진스의 토끼 모양을 형상화한 응원봉, '빙키봉' 모습으로 변신합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무라카미가 뉴진스 멤버들의 캐릭터를 스케치하는 장면을 담은 짧은 영상을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무라카미 다카시는 연필로 캐릭터를 그리다 지우개로 이를 지우며 수정하는 등 작업에 몰두하는 모습이었는데요. 그는 루이비통, 마크 제이콥스, 슈프림 등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는 물론 미국 팝스타 빌리 아일리시, K팝 간판 걸그룹 블랙핑크 등 팝스타들과도 협업해온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라 세간의 관심이 쏠렸죠.
웃음을 자아내는 건 무라카미 역시 '버니즈'(뉴진스 팬덤명)라는 겁니다. 그는 지난해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무라카미 다카시: 무라카미 좀비'를 기념한 아티스트 토크에서 한국 관람객에서 한마디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뉴진스의 팬이다. 한 번 만나게 해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해 웃음을 안긴 바 있는데요. 이에 일각에서는 "뉴진스의 성덕(성공한 덕후)"이라는 웃음 섞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죠.
그는 실물 음반 디자인에도 참여했습니다. 뉴진스의 일본 데뷔 앨범은 △드로우스트링 백 버전 △크로스 백 버전 △위버스반 등 총 3가지로 출시되는데요. 모두 빙키봉과 무라카미 다카시의 시그니처인 '무라카미 플라워'가 결합한 꽃 캐릭터가 그려졌습니다.
특히 팬들의 시선이 쏠린 건 드로우스트링 백과 크로스 백인데요. 각각의 가방은 꽃 캐릭터 외에도 무라카미 다카시가 직접 그린 멤버별 캐릭터가 구현돼 있고, 5가지 색상으로 출시되는 등 개성 넘치는 매력을 자랑합니다. 모두 트렌디하면서도 스트리트 감성이 충만한 모습이죠. 일본 데뷔 싱글이지만, 국내 팬들도 "무조건 소장해야 한다"며 발매일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히로시 후지와라도 뉴진스의 일본 데뷔 싱글에 참여했습니다. 히로시 역시 일본을 넘어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패션계 인물인데요. 1990년대 일본 스트리트 신의 황금기인 '우라하라' 시대를 연 장본인이라고 평가받는 등 일본의 스트리트 컬처를 이끌어왔습니다. 국내에서도 힙한 감성으로 인기를 끈 휴먼 메이드와 겐조의 수장 니고의 예명은 '후지와라 히로시 2호'라는 의미로 '2GO'가 됐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로 일본 패션계에서 '리스펙'을 받는 거물입니다.
히로시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개성적인 요소들을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정립하면서부터입니다. 그에겐 패션은 물론 힙합, 보드 등 다양한 관심사를 한데 합치겠다는 목표가 있었습니다. 그런 그 앞에 우연히 나타난 건 스투시의 창립자 숀 스투시였죠. 캘리포니아 해변을 거닐던 히로시는 근처 트럭에서 옷과 서핑 보드를 팔고 있던 숀을 만나 서브컬쳐와 관심사를 공유하며 순식간에 친분을 쌓았습니다. 숀은 그에게 스투시의 옷을 일본에 유통해달라고 제안했고, 히로시는 일본에 돌아와 도쿄에 스투시를 론칭, 이를 모티브로 스트리트 문화를 본격적으로 전개해 나갔습니다.
일본에서 손꼽히는 스트리트 브랜드들은 모두 히로시의 손을 거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본의 첫 번째 힙합 DJ이기도 한 그는 하라주쿠 뒷골목의 아티스트, 이른바 '스지'들과 인연이 닿으면서 준 타카하시, 니고가 하라주쿠에 '노웨어' 매장을 열도록 컨설팅해줬고, 또 다른 스지 일원들이 더블탭스, 네이버후드, 언더커버, 베이프를 론칭하는 데에도 적극적으로 지원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후지와라계 디자이너로 분류되는데요. 1990년대 일본 스트리트 신이 히로시를 중심으로 황금기를 보내면서, 그는 하라주쿠의 뒷골목, '우라하라' 스타일의 선구자로 평가받게 됐죠.
동시에 히로시는 숀이 지어준 이름인 일렉트릭 코티지라는 자신의 브랜드를 전개하면서 두 개의 번개 모양이 있는 로고를 만들었는데요. 이 브랜드를 전신으로 하는 게 지금의 프라그먼트 디자인입니다.
프라그먼트는 자체적인 디자인과 제품 출시가 아닌 '협업'을 중심으로 운영합니다. 히로시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디자이너가 아니라고 못박기도 했죠. 자신의 소양과 철학은 아이디어와 콘셉트를 제안하는 데 있다는 겁니다.
프라그먼트와 나이키의 협업을 살펴보면 히로시의 이 같은 고집(?)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그저 기존 에어조던 1 레트로 하이 OG의 배색을 파란색으로 바꾸고, 갑피 아래에 번개 로고를 삽입할 뿐이었죠. 기존의 것에 작은 변화를 더한 겁니다. 2014년 출시된 이 제품은 현재 크림에서 290만~420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히로시는 이 같은 방식으로 나이키뿐 아니라 루이비통, 몽클레르, 태그호이어, 로로피아나, 불가리 같은 명품 브랜드와 마세라티, 스타벅스, 포켓몬스터 등 업계와 장르를 불문하고 협업 프로젝트를 선보였습니다. 모두 화제가 되면서 히로시가 명실상부 '문화의 아이콘'임을 매번 입증하곤 했죠.
이렇다 보니 뉴진스와의 협업은 벌써부터 팬들, 아니 패션계까지 설레게 하고 있습니다. 그는 뉴진스를 위해 티셔츠, 반다나, 모자, 가방 등 머천다이즈를 디자인했는데요. 제품에는 그가 직접 쓴 한글 타이포를 포함해 뉴진스 팀명, 멤버 이름, 자신의 이름을 활용한 다양한 그래픽이 프린팅돼 있습니다.
어도어는 이 제품들을 다음 달 한국과 일본에서 열리는 특별 팝업스토어에서 선보일 예정입니다. 뉴진스 공식 인스타그램에 공개된 사진을 보면, 힙합, 빈티지, 스케이터, 아메리칸 캐주얼 등의 키워드를 꼽을 수 있는데요. 이는 아메리칸 캐주얼의 다양한 아이템을 자유롭게 매치해 개성을 드러내는 우라하라 스타일과 맥을 함께합니다.
뉴진스는 뮤직비디오, 팬 커뮤니티 플랫폼 포닝 등 다양한 곳에 캠코더, VHS테이프, 풍선껌, 아이맥 등 X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아이템을 다수 배치하고 있습니다. 음악 자체도 일본 1970~1980년대에 대히트했던 시티팝 장르를 활용하는 등 2000년대 초반 Y2K 감성을 핵심 콘셉트로 이어나가는 중이죠. 어쩐지 완벽하게 정돈되지 않은 듯한, 자유로운 키치의 미학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오늘 발매된 '하우 스위트' 역시 귀에 걸리는 부분 하나 없이 유려한 멜로디 흐름을 보입니다. 그 이면엔 통통 튀는 일렉트로 사운드가 독특한 여운을 남기는데요. 한 네티즌은 "익숙하고 듣기 편하지만, 기대했던 만큼 신선하고 트렌디하다"고 평가했죠.
익숙한 문화 요소를 빌려오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이어나가는 모습은 프라그먼트의 행보를 연상케도 하는데요. Y2K 열풍의 주역 뉴진스가 히로시와 선보일 아이템은 물론, 패션계에 일으킬 바람에도 관심이 높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