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하이브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3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는 임시주주총회 관련 민 대표의 두 번째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민 대표는 하이브의 임시주총 관련 입장을 전하고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지난달 25일 열린 기자회견과 마찬가지로 법률대리인 세종 변호인도 참석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민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제기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전날(30일) 인용했다.
이번 결정으로 민 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임시주총에서 유임됐다. 다만 어도어 지분 80%를 보유한 하이브는 민 대표 측 사내이사인 신모 부대표와 김모 이사를 해임, 새 사내이사 후보로 내정했던 김주영 최고인사책임자(CHRO), 이재상 최고전략책임자(CSO), 이경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선임했다.
재판부는 민 대표가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것이 "'배신적 행위'라고 볼 수는 있겠지만, 어도어에 대한 '배임' 행위가 된다고 하기에는 어렵다"고 봤다.
이날 민 대표는 한결 편안한 얼굴로 등장했다.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참석했던 지난 기자회견과 달리 노란 가디건과 청바지를 입은 모습이었다.
민 대표는 "다행히 승소하고 인사하게 돼 가벼운 마음"이라며 "일단 우리의 상황이나 생각을 말씀드리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첫 번째 기자회견 하고 나서 한 달 좀 넘은 듯하다. 인생에서 다신 없었으면 하는, 힘든 시간이었다. 어쨌든 너무 감사한 분들이 많다. 그분들한테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저를 모르는데 응원해준 분들이 많다. 복잡한 상황에서 냉정하게 보려고 노력한 분들, 지지해주고 응원해준 분들이 진짜 너무 고맙다"며 "한분 한분 인사드리고 싶을 정도로 큰 힘이 됐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그분들 덕분에 이상한 선택을 안 할 수 있었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민 대표는 가처분 결정에 대해 "뉴진스 멤버들도 어제 난리가 났다. 스케줄이 없었으면 다 만났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새 사내이사들이 어도어 경영에 협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그렇게 되면 그분들이 어도어에 대한 배임이 되는 것이라 심각해질 수 있다. 그런 판단은 하지 않으실 것"이라며 "하이브가 어도어를 발전시키고 뉴진스에 대한 비전이 있다면 협의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모회사(하이브)에 의리를 지키려면 가끔 뉴진스·어도어를 배신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나 저는 어도어 사장이라는 게 1순위"라며 "그러라고 어도어가 독립법인으로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 대표는 "뉴진스와 저의 비전은 '그저 행복하게 살자'"라며 "멤버들에게 '계약 기간에 우린 공부하는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언제까지 누구 밑에 있을 수는 없고, 머리가 굵어지면 자기 걸 하고 싶어질 거다. 그러면 그때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게, 좋은 부모가 되려면 지금 당장 다 해주는 게 아니라 먹고 살 수 있는 연습을 해줘야 하는 것처럼"이라고 전했다.
하이브를 향해선 더 이상의 분쟁은 감정 소모에 불과하다는 뜻을 수차례 힘주어 밝혔다. 뉴진스를 위해 타협을 거쳐 모두를 위한 방향으로 가자는 뜻도 전했다.
민 대표는 "누구를 위한 분쟁인지 모르겠고, 무얼 얻기 위한 분쟁인지도 모르겠다"며 "누구를 힐난하고 비방하는 게 지겹다. 모든 사람이 신물이 나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대의적으로 어떤 것이 더 실익인지 생각해서 더 좋은 방향을 (고민하자)"라며 "법적으로도 어도어에 대한 배임이 아니라고 한 상황에서 이런 부분이 더 건설적으로 논의돼야 한다. 모두를 위해서 판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경영자 마인드고, 인간적으로 맞는 도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이브도 돈 많이 들지 않나. 법원이 판결을 내려준 분기점이 생겼으니 '누가 더 화났나' 대결하는 건 이제 무의미하고, 이해관계에 결단을 내렸으면 좋겠다"며 "저도 한 수 접을 테니 같이 피곤하니까 이제 접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