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 안정적 수익원 부각
‘3000조 시장’ 경쟁 격화
증권사들이 수익구조 다변화를 위해 자산관리(WM)에 공들이고 있다. 특히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고액 자산가 유치에 적극적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 등으로 기업금융(IB) 수익성 회복이 더뎌지자, 돌파구로 슈퍼리치 공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WM 자산규모는 올해 1분기 3086조2721억 원으로 집계됐다. 5년 전인 2019년 1분기(2104조8517억 원)와 비교해 46.62% 늘었다. 1분기 기준 △2020년 2257조9152억 원 △2021년 2541조3804억 원 △2022년 2775조2800억 원 △2023년 2841조398억 원으로 WM 자산규모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WM 사업은 삼성증권, 신영증권 등이 두각을 나타낸 분야로 꼽혀왔다. 이들 증권사는 2000년대 또는 2010년 초반부터 자산가 전담 리테일 시장 점유율 확대에 일찍이 나섰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런 전통 강자 외에도 최근에는 대형·중소형 등 규모를 가리지 않고 증권사들이 WM 사업에 뛰어드는 모습이 나타나는 상황이다.
연초 전후 WM 사업 강화를 위한 증권사 조직 개편은 잇따라 진행됐다. KB증권은 ‘고객솔루션총괄본부’를 만들고 WM 관련 고객전략, 금융상품, 투자 서비스 조직을 통합해 편입했다. NH투자증권은 프라이빗뱅커(PB)본부와 WM사업부를 합쳐 ‘프라이빗 웰스 매니지먼트(PWM)’ 사업부를 신설했다. 하나증권은 WM 영업을 위한 중앙지역본부·남부지역본부를 설치했고, 한국투자증권은 개인고객그룹 부서 편제를 개편했다.
증권사가 집중하는 WM 확대 중심축은 고액 자산가다. 슈퍼리치 자산관리 수요에 대응하는 시장이 커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증권가는 판단했다. KB경영연구소 ‘한국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보유 개인은 지난해 기준 45만6000명에 달했다. 2022년(42만4000명)보다 7.2% 많다. 이 기간 이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총 2747조 원으로 집계됐다.
증권가는 고액 자산가에게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WM의 전통 영역으로 알려진 금융 투자 상담뿐 아니라 세무, 부동산 컨설팅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 범위를 넓히는 중이다. 증권사 오프라인 영업점이 줄어드는 추세와 반대로 슈퍼리치를 겨냥한 프리미엄 점포 개장은 활발해진 배경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증권사 국내 지점 수는 797개로, 2022년 1분기 868개에서 71개(8.17%) 감소했다. 지점 통폐합의 결과로, 디지털 전환 흐름에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이용하는 투자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증권사들은 고액 자산가 밀집 거주 지역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서초구 등에 대형 PB센터를 개설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는 ‘작은 여의도’라 불리는 강남 서초구 아파트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상가다. 연말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유안타증권 등의 지점이 원베일리 상가에 둥지를 튼 데 이어 올해 KB증권도 입성을 마쳤다. 삼성증권은 초고액자산가 중에서도 1000억 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패밀리오피스’의 전담 지점 ‘SNI 패밀리오피스센터’를 강남구 테헤란로 강남파이낸스센터에 열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와 기업공개(IPO) 시장 경쟁 격화 등 기업금융(IB) 부문 수익성이 위축되며 증권사들은 WM 사업을 대안 중 하나로 점찍은 분위기다. IB 부문 불확실성이 커지며 WM 사업이 안정적 수익창출원으로 부각한 셈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WM 사업은 기본적으로 중개업무로, 시장 변수에 따라 수백억 원 또는 수천억 원 자기자본 투자의 이익 실현 여부가 크게 좌우되는 IB 사업보다 수익 변동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