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ㆍ차등적용 놓고 노사 날선 신경전 [종합]

입력 2024-06-0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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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고려해 대폭 인상해야"vs"'역대급 경영난' 소기업ㆍ자영업자 고려해야"

▲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 모습. (뉴시스)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저임금위) 심의가 본격화한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 및 업종별 차등적용을 놓고 노사가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최저임금위는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진행했다.

심의에 앞서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측이 대립각을 보였다.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고물가 시기 최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는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졌고, 앞으로 눈에 띄는 소득 분배 개 조치가 없다면 심각한 사회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최저임금위가 발간한 자료조차도 미혼의 단신으로 살아가는 노동자 생계비가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다면 250만 원이 넘어가고 있다"며 "하지만 최저임금 노동자 혼자 살지 않는다. 복수의 가구 구성원의 생계를 책임지며 살아가는 노동자가 수도 없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도 나와 있듯이 올해는 반드시 최저임금 노동자 가구가 살아갈 수 있는 수준의 최저임금 수준으로 대폭 인상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에 대해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이 부위원장은 "특정 업종만 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게 되면 이미 겪고 있는 인력난이나 어려움들은 더욱 악화되고 해당 업종의 경쟁력을 더욱 낮추게 된다"며 "이런 것에 대한 해외 여러 나라의 사례들을 보면 자동 적용이 불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등 적용을 앞세워 말할 시간에 실제로는 노동자임에도 자영업자로 분류돼 있는 우리 특고 플랫폼 노동자들과 사각지대에 방치된 노동자들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에 대해 현실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이 최저임금위가 할 일"이라고 역설했다.

반면 사용자위원 측은 최저임금 현실화 및 차등 적용 필요성을 내세워 맞섰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최근 한국신용데이터가 소상공인 사업장 16만 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올해 1분기 사업장당 매출액은 전년대비 7.7%, 영업이익은 23.2% 감소했다"며 "올해 1분기 개인사업자의 대출 연체 금액도 15조5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이 최저임금 주요 지불 당사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이들의 지불 능력이 충분히 고려돼서 심의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최저임금 미만율이 업종 간의 40~50% 포인트(p) 차이를 보이고 있는 이러한 비정상적인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업종별 구분 적용도 반드시 시행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수형태 근로종사자(특고)와 플랫폼 종사자가 최저임금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개인 사업주로 최저임금위에서 이들에게 적용될 별도의 최저임금을 논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을 최소한 동결해야 한다는 응답이 61.6%로 근래에 실시한 조사 중에서 가장 높게 나왔고, 올해 최저임금 수준이 부담이 된다라는 응답이 10인 미만 기업과 서비스업에서 87%에 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금리 및 고물가 지속에 따른 내수 부진으로 저임금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소기업과 소상공인 어려움이 반영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그는 "따라서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 수준 결정 시 상당수가 폐업을 고민할 정도로 역대급 경영난을 겪고 있는 소기업, 소상공인들의 처지가 반드시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강변했다.

아울러 매년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법에 따라 최저임금위에 최저임금의 사업 종류별 구분 적용 여부에 대한 심의를 요청하고 있는 만큼 최저임금위가 이제부터 구분 적용에 대한 구체적인 심의 자료를 제공하고 이를 토대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구분 적용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전원회의에서는 회의 공개 수준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해 추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또한 1차 전원회의 결과와 생계비전문위원회 및 임금수준전문위원회 심사 결과를 보고받고 논의했다.

3차 전원회의는 11일 , 4차 전원회의는 13일 열기로 결정했다.

한편 이날 이인재 최저임금위원장은 2차 전원회의 종료 후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업종별 최저임금 적용 시 저임금근로자 소득 향상, 노동시장 내 격차 해소, 소득분배 상황 등의 단계적 개선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구분적용 주장에 대해 어떤 의도를 가지고 나올지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라며 "현재로선 뭐라고 말할기 어려운 상태다. 추후 논의 진행되면 의견 개진할 지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업종별 구분적용 기초자료를 이번 심의때 마련 못하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짧게 답했다.

사용자위원 측에서 플랫폼 종사자 등에 대한 최저임금 인정 권한이 최저임금위에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위 자체가 노사공 3자 기준이다. 합의 통해 조율해야 한다"며 "그런 관점에서 보면 논점에 대해 노사공이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는 얘기다. 아직은 논의가 시작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생계비 자료와 관련해 사측은 고소득자까지 포함해 부적절하다고 하고, 노동계는 가구생계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심의자료 적절성에 대해서는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료, 실태조사 자료 말고도 통계청이나 공신력있는 기관에서 생산한 자료도 최적의 자료라고 본다"며 "조사주기나 표본의 범위가 완벽하지 않아 항상 문제 제기가 있지만 최저임금위에서 조사할 수 없어서 기존 자료 내에서 최선을 다해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법정 시한을 넘겨 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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